[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외국인의 강력한 '바이(Buy) 코리아' 흐름을 등에 업은 코스피가 2000 고지를 눈앞에 뒀다. 유로존에 이어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데다, 시리아의 지정학적 불안도 완화되면서 저평가된 한국증시에 외국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6월 이후 국내증시를 주저앉혔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관련 우려도 온건한 진행과 유동성을 줄여도 될 만큼의 경기체력 회복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경기인식 전환에 따라 국내증시에 대한 전략을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까지 1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4조5461억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이 기간 외국인은 전기전자(IT) 업종을 1조8599억원어치 사들인 데 이어 운송장비(9067억원), 화학(4316억원), 금융업(3495억원) 등을 위주로 담았다. 이날 역시 오후 1시40분 현재 3000억원어치 이상을 사들이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특히 화학, 조선(운송장비), 금융 등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의 업종·종목에 대한 키 맞추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한 후에도 최근 2년간 박스권 상단 수준인 2050선까지는 외국인의 '사자'세가 이어지며 업종·종목간 '키 맞추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는 글로벌 펀드에서 한국물 비중이 과도하게 줄어 있었던 것을 다시 채워 넣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으나, 박스권 상단을 뚫는 추세적 상승 여부는 하반기 선진국의 유동성 공급 및 경기 회복에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미국, 유럽, 중국으로 이어지는 경기회복 정도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경기에 대한 베팅 성격을 점차 강하게 내보일 것이라는 점은 환율과 외국인간 상관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외국인 원·달러 환율 1100원 이하 구간에 접어들어 환율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외국인은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외국인의 패턴 변화는 이제 초기단계"라며 "미국계의 주도하에 비프로그램 형태로 유입되는 외국인 순매수는 추세적인 경기베팅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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