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스위스 비밀계좌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게 됐다.
미국과 스위스가 지난달 말 협정을 체결해, 스위스가 자국 은행에 비밀계좌를 개설한 미국인 명단을 미국에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넘겨받은 계좌 정보를 바탕으로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이번 협정에 앞서 비밀주의가 흔들리면서 중소 스위스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소 스위스 은행의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은 평균 3%에 불과했고, 숫자는 148개로 13개 감소했다. 컨설팅회사 KPMG는 중소 스위스 은행 숫자가 2016년까지 25~30%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협정 체결 전에 영향이 나타난 것은 이번 협정이 3년 이상 줄다리기 끝에 이뤄졌고, 미국이 이미 관련된 조치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미국인 4500명에게 탈세를 위한 계좌를 개설해준 사실이 적발돼 2009년에 7억8880만 달러의 벌금을 냈다. 올해 베겔린은행은 미국인 고객의 금융자산 12억 달러를 숨겨줬다는 이유로 7040만 달러의 벌금을 물고 폐업했다.
이번 협정에 따라 스위스 은행은 탈세 혐의를 받는 미국 국민의 비밀계좌 정보는 물론, 돈의 출처나 행방과 관련한 정보까지 미국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검찰에 기소될 수 있다. 또 탈세 혐의가 있는 행동에 협조한 사실이 드러나면 벌금이 부과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2009년과 2012년 자료를 비교하면 역외 금융자산 예치하는 지역 중 스위스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홍콩과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국가로 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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