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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폭염에도 일하고 싶은 건설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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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폭염에도 일하고 싶은 건설근로자 이진규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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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의 더위는 정말 지독했다. '가마솥 더위'가 아니라 가마솥을 녹일 정도의 폭염이었다.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열대야를 견디다 못해 너도나도 산과 계곡, 바다로 피서를 가느라 새벽부터 주요 도로는 휴가인파로 넘쳐났다.


그런데 피난길 같은 피서인파 속에 우리 건설근로자들도 끼어 있다. 휴가복장이 아니라 작업복을 입은 건설근로자들은 행여 건설현장에 늦을까봐 막힌 도로를 쳐다보며 애간장을 태웠던 것이 지난 삼복더위 내내 새벽 풍경이었다.

얼마 전 건설근로자들의 하루 삶이 시작되는 새벽인력시장에 나가 본 적이 있다. 근로자들은 한결같이 '휴가나 피서는 남의 나라 얘기고, 삼복더위도 좋으니 비나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자신들이 "흡사 외국에 나와서 일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루에도 수없이 한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외국인 근로자들이 건설현장을 차지해 우리말보다 중국어 등 외국어가 더 많이 들린다는 것이다. 그 외국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을 조금 덜 줘도 되고 상대적으로 젊다는 이유로 국내 건설현장에서 우리 건설근로자들이 외면받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공제회 이사장이라 하니 체면 살려주려는 뜻에서인지 여러 가지로 고맙다는 말은 해 주었다. 큰 돈이 아니라도 퇴직공제금으로 제법 목돈도 쥐게 해주고, 건설근로자를 위한 여러 복지사업이나 교육훈련 사업도 많이 해 준 것을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으로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나라 산업의 초석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우리 건설 역군들이 외국근로자들에게 자리를 빼앗겨 새벽마다 일자리를 찾느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의 모습이 이것인가 하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용직 건설근로자들도 국민행복시대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새로운 시각에서 개선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각별한 관심도 당장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우선 삼복더위조차 일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100여만명이 넘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이 흘리는 땀을, 악화일로에 있는 건설업을 다시 일으켜 우리 경제를 부흥케 하는 생명수로 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호소한다. 주어진 환경에 굴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개척하는 건설근로자의 혼을 국민들이 정신 재무장하는 동기와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여는 창조가 아니겠는가.


다음으로는 사회양극화의 한쪽 끄트머리에 있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회 각계각층의 새로운 노력과 지혜, 관심이 긴요하다. 이를 위하여 우리 공제회는 건설근로자의 고용ㆍ복지사업을 총괄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본연의 퇴직공제사업을 '제대로 알리기', 건설현장에서 근로한 일수가 빠짐없이 공제금으로 적립될 수 있도록 '제대로 시행하기', 적립된 퇴직공제금은 투명하고 안전하게 '제대로 키우기'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건설사업주는 건설근로자들을 '갑과 을' 관계가 아닌 동반자적 관계로 인식하여 임금체불 문제나 외국인 근로자문제 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건설근로자가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는 제도를 시급히 마련하고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등 세부적 사안까지 촘촘히 챙겨나가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 올해는 정부가 제3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해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생계의 위협이 큰 우리 근로자들을 위해 정부, 건설유관기관, 노동단체, 공제회 등 모두가 합심하여 구체적이고 창조적인 로드맵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폭염도 오히려 일할 수 있는 기회라며 건설 현장을 지키고 있는 근로자들을 잠시라도 돌아보는 것이 28℃에 맞춰진 냉방기가 너무 덥다고 아우성치는 우리가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양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진규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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