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특별기고]외교관의 언어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특별기고]외교관의 언어
AD

미소 간 냉전이 한창이던 1963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서베를린을 방문해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Ich bin ein Berliner)"라는 명연설을 했다. 공산화된 동독의 한가운데 외딴섬처럼 고립되어 있던 서베를린 시민들에게 케네디 대통령의 이 연설은 마치 '구원의 메시지'처럼 들렸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 짧은 연설로 공산권에 대해 베를린을 지키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고, 미국과 서독 간 동맹은 공고해졌다.


지난 6월 말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유창한 중국어 연설과 중국의 문화, 철학 및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 등 문화적 감수성으로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중국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또는 대중외교란 상대방 국민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외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50여년 전 케네디 대통령의 베를린 연설이나 최근 박 대통령의 칭화대 연설은 효과적 공공외교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문화 간 융합과 소통이 각계각층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시대에는 일반 국민 모두가 외교사절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공공외교를 수행할 수 있을까? 효과적 공공외교를 실천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간결한 메시지 전달, 재치 있는 유머감각, 그리고 듣는 이에게 신뢰감을 주는 언어를 시의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첫째, 효과적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뉴욕 주요 공항에는 홍콩 상하이은행(HSBC)의 메뚜기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다. "미국에서는 메뚜기가 해충이지만 중국에서는 애완용 곤충이고 태국에서는 애피타이저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적응 필요성을 웅변하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세계화와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지구가 나날이 작아지고 있지만 지역 또는 국가 간 문화의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넓고도 깊다. 세계인들과 의미 있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둘째, KISS(Keep it short and simple, 단순하고 짧게)하라!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 지난 10년간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약 15분에서 5분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과 효과적 소통을 하기 위해서 간결한 의사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다.


셋째, 유머는 글로벌 시대의 필수품이다. 유머는 듣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뿐 아니라 타 문화권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 수단이 된다. 필자는 늘 리셉션이나 문화행사에서 상대방 국민에게 친근하고 즐거움을 주는 유머를 준비하여 연설을 한다. 고급 유머를 사용하여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 주는 동시에 좌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전략이다.


넷째,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사소통은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문화 간 소통이 빠르게 진행되는 글로벌 시대에는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 17세기 영국의 외교관 헨리 워튼은 말하였다. "대사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국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파견되는 정직한 사람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때때로 거짓말하는 것이 용인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신뢰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메시지(message)를 마사지(massageㆍ조작)한다면 중ㆍ장기적으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대의 외교는 더 이상 소수의 정치인이나 외교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매력적인 한국'을 알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언어습관부터 매력적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희권 주페루대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