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전화금융사기에 사용되는 ‘대포통장’의 중간 거래상에게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대포통장 모집책으로부터 개인 및 법인 명의 통장을 건네받아 전화금융사기 조직에 판매한 혐의(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기소된 정모씨(50)와 조모씨(63)에 대한 상고심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정씨 등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통장 모집책들로부터 1개당 25만원 정도에 대포통장을 산 뒤 전화금융사기단에 35여만원을 받고 되팔았다. 전화금융사기단은 이 대포통장들을 이용해 대출, 조건만남 등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범들에게 통장 등 접근매체를 교부한 것은 내부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불과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본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면서 “전화금융사기 특성상 각 행위자들 사이에 충분히 접근매체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조씨 등의 행위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정씨에 징역 1년6월을, 조씨에 징역 8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사기죄는 인정하면서도 "모집책으로부터 대포통장을 넘겨받은 행위는 처분권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통장을 건네받은 것으로 양도·양수행위가 아니다"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 정씨와 조씨에게 각각 징역 1년4월과 7월을 선고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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