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투 이익계좌 67%, NH농협선물은 77%
증권사 직원 금투협에 자율공시, 검증 수단 없어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주요 국가 환율 차이를 이용한 외환거래, 이른바 'FX마진'을 통해 이익을 거둘 수 있는 확률을 놓고 금융투자업계 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증거금 50배까지 외화를 사고 파는 투기적 거래수단임에도 이익을 내는 계좌 비중이 절반을 웃돈다는 증권사들의 공시를 신뢰할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 1분기(2013년 4~6월) FX마진 거래를 영위하고 있는 10개 증권사의 평균 이익계좌 비율은 50.6%로 나타났다. 이는 금투업계 대표적인 투기거래로 손꼽히는 FX마진을 통해 이익을 거둘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하나대투증권의 1분기 FX마진 이익계좌 비중은 67%로 실적을 공개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대신증권과 현대증권이 각각 58%와 56%의 이익계좌 비율로 뒤를 이은 가운데 10개 증권사 가운데 6곳이 50%를 웃돌았다. 교보증권,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은 이익계좌 비중이 50%를 밑돌았고 키움증권은 36%로 가장 저조했다.
파생상품 거래를 주로 취급하는 선물회사의 이익계좌 비중은 훨씬 높았다. NH농협선물의 이익계좌 비중은 무려 77%에 달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FX마진 손익계좌 비중은 해당 증권사 직원이 자율적으로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며 "실적 관련 공시와 결부된 것이기 때문에 따로 검증작업을 거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익계좌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신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의 영업행위에 대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FX마진 거래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확률은 20% 정도일지라도 성공적이라고 본다"며 "개인이 주식거래를 통해 이익을 보는 확률 이상의 성적을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FX마진은 최고 50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등 거래 성격이 갖는 위험성 때문에 금융당국이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 FX마진 거래에 필요한 증거금을 5%에서 10%로 두 배 늘리고 유지증거금도 3%에서 5%로 강화했다. 이 때문에 해당 상품 거래량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리딩투자증권, IBK투자증권, BS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는 해당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아베노믹스 충격, 이머징마켓 위기 등 글로벌 자본시장 외부 변수가 잇따르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익계좌 공시 현황에 대한 보다 엄격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FX마진 거래 현황 공시로 인해 개인투자자금이 무분별하게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다 세심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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