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추진중인 마식령 스키장건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마식령속도전'과 관련한 선전화를 제작해 주민들을 독려하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건설에 필요한 자재에 대한 수입을 금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8년 우리 측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북측의 자체 관광객 모집은 지지부진하고 마식령스키장 건설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마식령속도전'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선전했다. 이번에 공개한 선전화는 '마식령속도로 온 나라에 대비약, 대혁신의 불바람을 일으키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마식령스키장 건설장을 배경으로 군인건설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 다녔던 시절부터 스키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18일 마식령스키장을 80여 일 만에 다시 찾아 만족감을 표시하고 건설을 독려하기도 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건설장을 돌아볼 때와 비교해보면 마식령지구가 천지개벽됐다"며 "군민의 단합된 힘으로 세계일류급의 스키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성은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방문객 5000명에게 1인당 50달러의 입장료를 받는다고 가정하고 스키장을 연간 250일 가동하면 매년 총수입이 6250만 달러, 순수입이 4375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NK뉴스는 북한 체육성과 강원도 인민위원회가 작성한 자료를 입수해 12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고립된 북한의 입장에서는 외국관광객 유치가 쉽지는 않다. 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중요한 치적이 될 원산 관광특구 개발도 지지부진하고 있어 마식령스키장의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 원산 관광특구는 마식령스키장과 원산 지역 해수욕장, 금강산을 하나로 묶어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스키장 건립부터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스위스 정부가 북한에 스키장 리프트 시설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이탈리아도 자국 업체에 같은 조치를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정부는 북한에 스키장 리프트 수출을 금지했다. 오스트리아의 라인홀트 미테르레흐너 경제장관 역시 최근 북한 스키장 저지 운동을 벌이는 일본인 인권운동가 가토 켄(加藤健) 아시아국제인권 대표에 스키장 시설 등 북한에 사치품 수출을 금지하는 유럽연합(EU)의 대북 경제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리프트 제조업체 '라이트너'의 마우리치오 토데스코 공보담당은 21일 RFA에 이탈리아 외무부와 협의해 당분간 북한 스키장 건설에 어떤 부품도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강원도 원산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위해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외국 업체에서 관련 장비 수입을시도하고 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당초 스위스의 바르트홀레트 마쉬넨바우(BMF)라는 회사와 리프트와 곤돌라를 결합한 케이블카 시스템을 755만 프랑(약 90억8785만원)에 구매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나 스위스 당국의 금수조치로 수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 금지 품목에는 스키 설비 외에도 골프와 승마, 카지노, 수상 스포츠, 당구, 캐비어, 향수, 미술품 등도 포함됐다. 또 앞서 오스트리아의 도펠마이어와 프랑스의 포마갈스키도 북한의 스키 설비 주문을 거절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스키 리프트는 스위스에서 들여오기로 했지만, 그렇게 안 될 때는 백두산 삼지연근처 스키장에 있는 것을 뜯어서 가져올 계획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