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5~7월 외환보유고 13.6% 급감..터키도 12.7% 줄어
BOA "美국채 매도,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악순환+성장둔화 초래"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으로 신흥시장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5월 이후 신흥시장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쏟아부은 자금이 810억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중국을 제외한 신흥시장의 외환 보유 추이를 조사한 결과 신흥시장 전체 외환보유고의 약 2%에 해당하는 810억달러가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근 통화가치 하락이 두드러진 일부 신흥국가의 외환보유 감소 정도는 심각한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모건스탠리는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고는 4월 말부터 7월 말까지 13.6%나 줄었다고 분석했다. 터키의 외환보유고는 12.7%,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고도 10% 가까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자국 통화인 루피가 연일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고 있는 인도의 외환보유고도 5.5% 가량 준 것으로 확인됐다.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로드 투자전략가는 "지난 10년간은 신흥시장이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증가했지만 지금은 이 익숙했던 체제에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은 정반대로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외화를 풀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것은 결국 신흥시장의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시장에서 외화 유동성을 늘리는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를 팔게 된다. 미 국채 매도는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신흥시장에 투자된 선진국 자금의 이탈을 가져온다. 이는 결국 신흥시장 통화 가치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낳고 외국인 투자가 줄면서 생산성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BOA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시장 관계자들은 외환보유고를 풀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으려는 신흥국들의 대응책이 곧 한계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인도는 루피 가치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루피의 유동성 공급을 억제하다 금융시장이 신용 경색 조짐을 보이자 23일 국채 입찰을 통해 800억루피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드는 "결국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신흥국 대부분은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많이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역시 성장률에는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신흥국의 대책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씨티그룹은 신흥시장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4.6%, 내년 5%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씨티그룹은 2006년만 해도 2.3% 흑자를 기록했던 중국과 중동 산유국들을 제외한 전체 신흥시장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도 0.8%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0.8% 적자는 아시아 외환 위기가 닥쳤던 1998년 이후 최악이다.
한편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폴란드, 이스라엘, 라트비아, 콜롬비아 등은 5월과 7월 사이에 외환보유고를 1% 이상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브라질과 러시아도 최근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줄었지만 여전히 규모 자체는 많다고 모건스탠리는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