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판매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르노삼성자동차의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 '외인용병술'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간 공석이었던 영업본부장과 브랜드상품기획담당 임원으로 수입차 최고경영자(CEO) 출신 한국인 인사들을 직접 영입한 것이다.
22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내달 1일자로 출근하는 박동훈 신임 영업본부장(부사장)과 안영석 상무는 각각 폭스바겐 코리아, 크라이슬러 코리아 CEO 출신으로 향후 르노삼성의 영업과 브랜드상품기획업무를 관장하게 된다.
해당 부문은 담당 임원들의 퇴직으로 각각 올 초, 지난해 공석이 돼 프로보 사장이 직접 챙겨왔던 부문이다. 브랜드상품기획의 경우 작년 희망퇴직 이후 부장급이 관장해왔으나 이번 인사로 상무급 임원이 맡게 됐다.
이번 영입은 프로보 사장이 전적으로 지휘했다. 프로보 사장은 이들이 그간 수입차업계 등에서 쌓아온 노하우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내며 직접 찾아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프로보 사장이 한국 취임 후 알게 된 친분 등을 통해 영입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보 사장은 한국인 전문가 투입을 통해 조직 틀을 새롭게 짜고 재도약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여기에는 그간 프랑스 본사와 본사 출신 경영진이 한국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이 깔려 있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에 밝은 전문가 투입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르노삼성은 사내 프랑스인 임원의 규모를 줄이고 있다. 2000년 설립 초기 50여명에 달하던 외국인 임원은 최근 20여명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프랑스 본사의 전략대로 한국 시장에 적용해서는 계속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반성이 있었다"며 "영업을 강화하는 한편, 한국인 임직원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겠다는 게 아니겠느냐"고 이번 인사의 의미를 풀이했다.
프로보 사장이 수입차 업계 출신들을 선호한 것은 본사와의 소통문제를 고려해 글로벌 마인드를 함께 갖춘 이가 적격이라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새로 영입된 임원들은 영업 및 마케팅 강화를 통해 5000대 안팎에 불과한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량을 1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숙제를 맡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내달 예정된 전기차 SM3 Z.E와 연말 QM3의 출시 이후다. 개발중인 신차가 없다는 점에서다. 현재 판매중인 르노삼성의 차종은 SM3, SM5, SM7, QM5와 최근 출시한 다운사이징 모델 SM5 TCE에 불과해, 한 차종이라도 문제가 생길경우 판매에 영향이 크다. 단지 임원 영입만으로 르노삼성의 부진이 완전히 타개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1~2개 차종이 새로 투입돼야 하고 신차, 연구개발(R&D) 투자가 시급하다"며 "르노삼성의 부진은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라인업을 확충하던 시기에 적기에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날이 갈수록 다양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점에 발맞춰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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