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중국 전자 업체들의 공세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의 약진이 시작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자통신기기 제조업체 화웨이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0.8% 늘어난 1138억위안(18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경쟁사인 스웨덴 에릭슨의 상반기 매출(170억 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화웨이는 빠른 소비부문 성장세와 기업 간 비지니스 확장으로 매출이 늘었다며 올해 매출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의 성장세를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시장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881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108% 증가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속도다.
13억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에 따라 중국 업체들의 세계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주요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이르렀다. 1년 전 15%에서 5%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한때 '전자 왕국의 몰락'이란 평을 받았던 일본 기업들은 스마트폰 시장 훈풍 속에 기지개를 펴고 있다. 한국 업체은 꺼진 불씨가 다시 살아나 치고 올라올까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올 회계연도 1분기(4~6월) 일본 전자업체 소니와 파나소닉의 경상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4.9배, 3.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 반도체업체 로옴도 경상이익이 35.7배 급증했다.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해 내리막길을 탔던 이들 업체가 되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스마트폰 판매 호조 덕분으로 분석된다. 엔화 약세 속에 스마트폰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스마트폰발 온기는 관련 부품업체에도 퍼져 나가고 있다. 전자부품업체 무라타는 올 1분기 경상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6배 늘었다.
이같은 중일 기업들의 성장세는 이미 2분기 좋은 성적표를 받은 한국업체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 부문의 이익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경쟁만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전자기술·모바일(IM)사업부문의 매출이 전분기보다 8% 늘어난 35조5400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3% 줄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매출이 2분기 3조1231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보다 3% 감소했는데 영업이익은 54% 급감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둔화 및 경쟁 격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는 2분기 롱텀에볼루션(LTE) 휴대폰 시장점유율에서 소니에게 밀려 4위로 떨어졌다. 소니의 전략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 시리즈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 엑스페리아A는 일본 통신업체의 여름 판촉행사에서 130만대나 팔리며 갤럭시S4의 판매량(70만대)을 크게 뛰어 넘었다.
동양증권 박현 연구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이익 성장 둔화 구간에 진입했다"며 "단기적으로는 스마트폰이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느냐, 중장기로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성장동력이 출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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