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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9장 어둠 속의 두 그림자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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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9장 어둠 속의 두 그림자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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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운학은 하림더러,
“작가라지만 당신은 의외로 순진해서 얼굴만 보아도 다 알 수 있어요. 사실 나는 장선생이 어저께 여기 나타나는 순간, 둘 사이에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대뜸 짐작을 했지요. 그래요! 나도 한때 그녀를 죽도록 사랑한 적이 있었다오. 정말 죽도록.... 실재로 목매달아서 죽을 각오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안심하시오. 지금은 아니니까. 후후후.”
하고 음흉하게 웃기까지 했었다.

그리곤,
“근데 우리 수컷 사이엔 본능 이란 게 있소. 냄새만 맡아도 그게 연적인지 아닌지 금세 알아보는 본능 말이오. 장선생을 보는 순간 나의 내부에서는 나도 모르게 일종의 질투감, 내 속에 이미 오래 전에 죽어있던 불씨 같은 것 말이오. 그런 게 슬며시 고개를 들고 나오는 것을 느꼈소. 나도 모르게.... 그게 본능적 반응이라는 거요. 그래서 난 곧 확신을 갖게 되었소. 장선생과 윤여사 사이에 어떤 특별한 관계가 있을 거라는 확신 말이오.”
하고 단언하듯이 말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그때는 말투가 자못 여유도 있었고, 농담도 있었지만 지금은 목소리 자체가 위태롭게 잘 벼루어진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때는 호칭도 ‘장선생’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나쁜 새끼’ 였다. 그건 그가 정말로 화가 나 있다는 표시였다.

“사랑이란 놈이 우스운 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경험이지만,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면 더욱 무섭게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놈이 고놈이라는 거요. 거기에다 질투와 배신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기름을 끼얹는 효과를 발휘하죠. 처음엔 누구나 누군가 사랑을 하면, 외로워지기 시작합니다. 내 경험으로 말하자면,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건 결코 사랑을 했다고 할 수 없을거요. 밤의 산길을 혼자 걸어가는 것 같은, 뼈에 사무친 외로움 말이오. 그 순간, 누구나 자신의 운명과 맞닥뜨리는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되지요. 실제로 내가 그랬으니까....”
아마 지금 그의 심정이 바로 그런 것일 터였다. 그러나 그때 그의 고백 속에 등장했던 여자는 어디까지나 지나간 버스였던 윤여사였다. 그러니까 그는 마음대로 떠들어댈 수 있었던 것일 터였다.


“일급 상이용사가 되어 돌아왔지만 그녀가, 그렇지 않아도 고상하기 짝이 없었던 그녀가, 한때는 서로 사랑했던 그녀가, 이건 비밀이오만, 나와 그녀는 입맞춤까지 한 적이 있답니다, 하지만 절름발이가 되어 돌아온 나를 결코 반기지 않았다는 것, 더욱이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은 오래지 않아서였지요.”
하고 운학이 고백하듯이 말했었다.
“운명과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 어느새 사랑은 분노로 변하고 말았어요. 저주하고, 멸시하고, 자학하면서 말이오. 이젤을 들고 저수지 가에 앉아 있는 그녀를 멀리서만 봐도 무너질 것 같은 불타는 감정과 함께 참을 수 없는 분노 같은 걸 느꼈지요.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랬던 그가 새로 온 버스, 남경희에게로 감정이 옮겨간 이후 완전히 빠졌을 것이었다.


“내겐 그 여자보다 백배나 천배나 착한 마음을 지닌 진짜 천사 같은 여자가 나타났어요. 그런 여자완 비교도 안 되는 고상한 인격을 지닌 여성이 말이오.”
천사 같은 여자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남경희를 뜻할 것이었다. 그런데 자기의 그 천사 같은 여자가, 뜬금없이, 굴러온 돌이나 다름없는, 장하림과 나란히 밤길을 걸어가는 광경을 목격하였으니 어찌 속에서 질투의 불길이 타오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불꽃이 아니라 화산이 폭발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터였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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