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이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예고했다.
11일(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프라이부르크와의 2013-14 시즌 분데스리가 1라운드 홈경기다. 1-1로 맞선 후반 2분 골을 터뜨려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적 후 첫 정규리그 경기에서 결승골까지 넣은 화려한 신고식. 더불어 지난 시즌 기록한 개인 최다골(12골)을 넘어 한국인 유럽파 한 시즌 최다골 기록 경신 가능성에 청신호를 켰다.
낙관론의 근거는 여럿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요소는 팀 전술과의 상성. 레버쿠젠은 지난 시즌 34경기에서 65골을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42골에 그쳤던 함부르크보다 공격력이 좋다. 이 가운데 70%가 넘는 46골이 스리톱의 발끝에서 나왔다. 득점왕에 올랐던 원톱 슈테판 키슬링이 24골, 왼쪽 공격수 안드레 쉬얼레가 11골을 기록했다. 오른쪽에선 주전 곤살로 카스트로가 6골, 교체로 주로 나섰던 시드니 샘이 5골 등 11골을 합작했다.
이는 레버쿠젠의 공격 기조와 관련이 깊다. 역습이다. 미드필더 아래에선 안정적 경기 운영을 펼치는 동시에, 최전방 삼각편대의 고속 역습으로 상대 허점을 찌른다. 실제로 레버쿠젠은 지난 시즌 역습으로만 10골을 넣었다. 리그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날 개막전에서도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골을 포함해 두 골을 역습으로 만들었다. 키슬링을 꼭짓점으로 손흥민과 샘이 좌우 측면에서 동시에 밀고 올라가는 역습은 레버쿠젠 공격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손흥민 역시 지난 시즌 12골 중 11골을 역습 혹은 수비 뒷공간 침투로 뽑아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겠다.
맡은 역할도 낯설지 않다. 손흥민은 첼시로 이적한 쉬얼레의 대체자다. 플레이 스타일은 상당부분 겹친다. 기본적으로 포워드 성향이 짙은 측면 자원인데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나 폭발적 순간 스피드로 수비 배후를 뚫어낸다는 점이 무척 닮아 있다.
동료와의 시너지 역시 기대된다. 원톱 키슬링은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지만, 데뷔 초 미드필더를 소화했을 만큼 연계 플레이 능력까지 뛰어나다. 지난 시즌 득점왕에 오르면서 10도움을 기록했을 정도. 동료와의 2대1패스를 활용한 수비 배후 침투에 능한 손흥민에겐 호재다. 측면 파트너 샘은 손흥민과 같은 함부르크 유소년 클럽 출신이기도 하다. 그 외 함부르크 시절보다 동료들로부터 양질의 패스가 공급된다는 점은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현지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 경기 후 "레버쿠젠 공격 트리오가 빛났다"라며 "상대에게 두배의 골치거리를 안겼다"라고 호평했다. '빌트'는 손흥민과 샘의 이름을 따 '삼손(SAM-SON) 듀오'란 별명을 짓기도 했다.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은 차범근이 1985-86시즌 레버쿠젠에서 기록한 34경기 17골. 손흥민이 이 기록을 경신하려면 경기당 0.5골이 넘는 득점이 필요하다. 결코 만만치 않은 수치인데다 시즌은 이제 겨우 시작됐다.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나은 공격 환경이 주어졌을 뿐 아니라, 유망주를 넘어 월드클래스로의 진화를 꿈꾸는 손흥민이기에 도전해볼만한 기록임에는 틀림없다.
전성호 기자 spree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