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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송강호 "고아성 최고, 후배지만 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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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송강호 "고아성 최고, 후배지만 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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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송강호. 본인이 들으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그를 보고 있으면 '배우'라는 화려한 느낌의 직업명이 주는 아우라는 느껴지지 않는다. 작품 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캐릭터와 쉽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덥수룩한 외모의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터라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송강호를 좋아하는 팬들이 있고, 그래서 그를 찾는 영화 관계자들이 많은 것은 아닐까.

그런 그가 영화 '괴물' 이후 봉준호 감독과 다시 손을 잡고 '설국열차'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선 그 덥수룩한 외모의 정점을 찍는다. 빙하기 도래 이후 최후의 생존자들 가운데 한 명이 돼 17년을 기차에서 살아왔기 때문일까. 아니, 17년 간 단 한 번도 씻지 않아서였을까. 다행인 건 그의 수염이 17년의 세월 동안 길러온 것 치고는 짧아 보인다는 점이다.


새로운 빙하기,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인 열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설국열차'에서 송강호는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보안 설계자 남궁민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괴물'에서 그의 딸로 등장했던 고아성은 이번 작품에서 다시 송강호와 부녀로 호흡을 맞췄다. '설국열차'에서 송강호와 고아성은 러닝타임이 무려 2,30분 정도 지난 뒤에야 등장한다. 영어 대사만 들어왔던 한국 관객들은 두 사람의 등장과 함께 익숙한 한국말이 들려오면서 '설국열차'가 한국 영화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실감하게 된다.

"외국 배우들만 보다가 갑자기 제가 나와 한국어를 하는 장면은 그 괴리감과 이질감이 주는 충격과 파괴력이 있어요. 그 파괴력이 바로 '설국열차'가 주는 정체성이죠.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다양한 삶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기차에 탑승해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지점이죠. 아마 그렇게 한국어로 첫 마디가 나가는 장면이 봉준호 감독의 어떤 계산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 치열했던 '도끼 격투신'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도끼 격투신'은 극중 꼬리칸 반란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가 일행과 함께 기차의 앞 칸으로 전진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위험 중 하나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이 장면은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피 튀기는 치열한 액션신으로 시종일관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도끼 들고 싸우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 무리 속에 같이 있었으면...'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남궁민수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것이거든요. 사실 그 장면에서 제가 요나(고아성)를 데리고 뒤로 빠지는데, 실제 촬영 장면을 바깥에서 보면 그 육중한 기차 세트가 돌아가면서 그 안에서 수십명이 도끼를 들고 싸우는 거든요, 그 장면이 카메라에 잡힐 때 쾌감이 정말 굉장해요. 그걸 보면서 '나도 도끼 들고 서 있으면 안될까?'하는 아쉬움이 있었죠. 서 있다가 싸울 때 뒤로 빠진다든지 했으면 더 멋있었을텐데.(웃음)"

'설국열차' 송강호 "고아성 최고, 후배지만 팬"(인터뷰)


'괴물' 이후 다시 부녀가 된 고아성은 이제 제법 숙녀 티가 나는 배우로 성장했다. 송강호 입장에서는 그런 고아성이 여전히 딸처럼 느껴질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딸 같지는 않다. 내 자식보다는 나이가 많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송강호는 이미 '괴물'을 통해 고아성의 재능을 엿볼 수 있었고, 이렇게 멋지게 성장한 고아성을 보며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실 저는 고아성이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부터 팬이었어요. '괴물'을 촬영할 때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그때 괴물에게 납치돼 하수구에서 탈출하는 연기를 지켜보면서 '쟤가 정말 중1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죠. 또 고등학교 때 '여행자'에서 보여준 연기를 보면서 정말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봉준호 감독과도 ''괴물' 찍을 때 가능성을 보이더니 결국 성장을 하는구나'라고 얘길 많이 했죠. 이번에도 비중이 적은데 존재감을 세우는 게 쉽지 않은데도 그 한 순간의 기회를 포착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한참 후배이지만 팬 이예요."


송강호는 충무로의 몇 안되는 '흥행 배우'로 꼽힌다. 물론, 그가 출연하는 작품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관객들에게는 송강호가 출연하는 작품이라면 '믿고 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그에게 작품을 고르는 나름의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제가 '밀양' 출연을 결정했을 때 이창동 감독님이 놀라시더라고요. 시나리오에 여자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남자는 여자를 받쳐주는 역할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죠. 그런데도 제가 한다고 했어요. 저는 제의를 받으면 빨리 대답하는 편이거든요. 하루 정도면 답을 줘요. 나중에 이창동 감독님이 술자리에서 '니 ('밀양'을) 와 한다고 그랬노?'라고 묻더라고요. 사실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나만의 어떤 확신이랄까? 꼭 이 작품을 해야만 하는, 그런 것들에 대한 것이 꼭 있어야 해요. 외형적인 비중 보다는."

'설국열차' 송강호 "고아성 최고, 후배지만 팬"(인터뷰)


송강호는 '설국열차'를 찍으며 할리우드 영화 제작 시스템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시스템이 주는 편안한 구조, 예컨데 정확한 시간 개념과 무조건적인 휴식 등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촬영할 때 유연성이 없어 배우의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배우의 자기 관리가 투철해 질 수밖에 없다. 항상 완벽한 상태여야 한다. 그게 좋기도 하지만,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에게 '설국열차'의 예상 수익을 묻자 "자세한 건 모르지만, 전세계에서 개봉을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5~60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면 제작비 절반 정도가 회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흥행도 좋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환기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제가 요즘 유럽 같은 곳을 돌아다니다보면 확실히 예전보다는 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과 또 한국 감독들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걸 많이 느껴요. 한국영화만의 역동성이나 놀라운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세계 영화인들이 알고 있죠. 그 일환으로 이 '설국열차'가 세계 영화인들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나오는 문화적인 아우라나 콘텐츠가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설국열차' 송강호 "고아성 최고, 후배지만 팬"(인터뷰)




장영준 기자 star1@
사진=송재원 기자 sunn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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