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코노미스트 경고 "기준금리 인상 신중해야"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의 늪에 빠진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로써 수년 간 유지돼온 각국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미국이 잇단 경제지표 호조로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밝히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은 시간문제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경제성장률의 충분한 회복 없이 금리인상부터 단행할 경우 글로벌 경제가 더 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들이 천문학적 수준의 부채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이는 부채 증가로 이어져 국가 부실을 키울 수 있다. 현재 미국의 민간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50%까지 치솟았다. 영국은 280%, 일본은 무려 370%에 이른다. 채무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민간 부채도 GDP의 300%가 넘는다.
기준금리를 4%로 가정할 때 소득의 33%가 부채 상환에 들어가는 가정이 있다고 치자. 이 가계는 금리가 6%로 오르면 소득의 절반 이상을 빚 갚는 데 써야 한다. 금리가 2%포인트 오를 경우 현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면 소득이 17%포인트 증가해야 한다. 더욱이 이전처럼 채무를 상환하려면 임금 상승률은 50%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급격한 임금 인상은 불가능한 일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2%포인트 더 올리면 오는 2017년 125만가구가 가처분 소득의 절반을 빚 갚는 데 쓰는 '부채위험군'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최근 분석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타격은 저소득층이 더 크다. 하위 20% 소득층 가운데 7%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부채 상환에 써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물가 상승률이 반영돼 가계의 소득도 증가한다. 하지만 부채 증가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네 가지 이유로 성급한 금리인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여전한 글로벌 불확실성이다. 미국 등 일부 국가의 경기회복 분위기에도 유럽 부채위기와 중국의 경기둔화 같은 글로벌 악재는 여전하다.
둘째, 금리인상은 재정위기 국가들에 치명적이다. 긴축정책으로 성장동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유지돼온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변하면 채무국의 재정건전성은 악화하고 소비가 둔화한다.
셋째, 자산 가치의 하락이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 채무자의 부채위기는 물론 채권자의 자산상각도 불가피해진다.
넷째, 재융자(리파이낸싱) 부채 증가에 따른 부실 위험이 커진다. 채권국이 채무국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해 의심하게 되면 국채금리 상승과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준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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