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까다로운 대출 조건과 높은 금리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중국 밖에서 대출을 받는데 속도를 낼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홍콩 은행들이 중국 기업들에 빌려준 돈은 2009년 7억홍콩달러(약 9020만달러)에서 올해 30억홍콩달러로 증가했다.
중국 은행권이 '자금 경색'에 노출됐던 최근 몇 달 사이에 홍콩 은행권의 대출 증가율은 급격하게 높아졌다. 홍콩 은행권의 6월 대출 증가율은 연율 40%를 기록, 5월 20% 의 두 배 수준이다. 은행권의 예대율(은행의 총대출액을 총예금잔고로 나눈 비율)은 5월 70%에 근접해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미 달러 대출에 대한 예대율은 5%포인트 늘어 85%에 달했다.
중국 기업들이 중국 밖에서 돈을 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은행권의 방만한 기업 대출을 경계하고 있는데다 홍콩 은행들을 이용할 때 더 저렴하게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과 중국 본토와의 3개월물 은행간 대출금리 격차는 1.5%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다. 그러나 기업 대출에 적용되는 실제 대출 금리 차이는 5년 상환 만기일 경우 4~5%포인트 이상 된다.
더군다나 중국 인민은행은 기업들에 외화를 빌려주는데 많은 규제를 가한다. 현지 기업들이 미 달러 대출을 급격하게 늘리면 위안화 절상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중국 기업들이 중국 밖, 특히 홍콩에서 홍콩달러나 미 달러로 돈을 빌리는 사례가 더욱 빠르게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게리 람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중국 금융시장의 타이트해진 자금 유동성 때문에 더 많은 기업들이 중국 밖에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특히 홍콩에서 기업 대출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진출에 성공한 대형 중국 기업들이 역외 대출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빈 후 무디스 애널리스트도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중국 기업들의 해외 무역, 투자, 기업 인수 활동은 더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홍콩 은행권이 이러한 활동에 필요한 자금줄을 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HSBC, 스탠다드차타드, 씨티그룹 같이 중국 기업들의 접근이 쉬운 외국계 은행들이 그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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