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르포] "쌍욕에, 반말에 우리가 죄인? 그래도 웃는 수밖에"

시계아이콘01분 4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술과 담배가 스트레스 푸는 유일한 수단"..골병드는 소셜커머스 고객상담원

[르포] "쌍욕에, 반말에 우리가 죄인? 그래도 웃는 수밖에" ▲지난 26일 한 소셜커머스 고객상담센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D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XXX야 너 말고 상급자 바꿔. 내가 너랑 이야기하려고 전화한 줄 알아?"

수화기 넘어 차가운 말투에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들이 쏟아져 나왔다. A씨는 이런 전화가 하루에도 몇십통씩 걸려 온다고 토로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그는 담배를 들고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감정노동자의 애환을 듣기 위해 지난 26일 오후 5시 찾은 소셜커머스 업체의 고객상담센터. 건물 4층에 위치한 약 210㎡(70평) 규모의 상담센터엔 식품, 의류, 여행, 배송 등 각 영역별로 나뉜 상담원 100여명이 쉴 새 없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A씨는 이곳에서 식품ㆍ배송 영역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어느 영역 보다 강성고객이 많은 곳이다.

A씨가 금세 자리에 돌아왔다. 그는 "오전엔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며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대기콜이 밀려 업무가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상담센터 한켠 전광판에 6980이라는 숫자가 써 있었다. 아침부터 걸려온 전화 횟수였다.


상담원 한 명이 아침 10시부터 저녁7시까지 처리하는 콜은 80통 정도. 할당된 횟수는 없지만 센터에서 정한 전체 응답률 97%를 유지하려면 하루종일 꼼짝 없이 자리에 붙어 있어야 한다. 업무 시간이 끝나도 잔업이 있어 퇴근은 보통 10시쯤 한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헤드셋을 다시 썼다. 5초도 안 돼 전화가 연결됐다. 일주일 전 주문한 상품이 아직도 배송이 안됐다며 항의하는 고객이었다. "장난하냐. 이렇게 돈 벌고 싶냐"며 반말 섞인 욕설이 한차례 지나가고 A씨가 차근히 설명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상품은 해외배송 상품이어서 공지한대로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양해해 주시고 확인하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5분여 통화에 A씨가 '죄송하다'라고 말한 횟수는 15회. 말의 시작과 끝이 '죄송하다'였다. A씨는 "화가 난 고객들을 진정시키려면 말을 자주 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홈페이지 화면만 제대로 읽어도 해결되는 문제인데 무작정 전화해서 따지는 고객들을 대응하고 나면 한순간에 맥이 풀린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이런 업무 관련 전화는 괜찮다는 자조 섞인 설명도 이어졌다. 상담원 대부분이 여성이다 보니 성적 농담을 하는 전화도 많이 걸려온다는 것. 그는 "술에 취해 낯부끄러운 전화를 하는 고객들도 많다"며 "그런 전화를 받으면 내가 뭐하고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사무금융노조연맹에 따르면 고객상담센터 직원 57%가 고도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중증도우울증을 겪고 있는 직원도 14.19%나 된다. 이달 초엔 서울의 한 백화점 협력업체 직원이 심한 우울증에 자살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고객상담 직원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은 딱히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 영역에서 14년째 몸담고 있는 센터장 B씨가 "아직도 술과 담배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A씨는 통화를 하면서 모니터 바탕화면을 이유 없이 수차례 드래그했다. 마우스를 반복해서 클릭하는 직원도 볼 수 있었다. 다리를 떠는 것은 대부분이었다. 몇몇 직원의 책상 위엔 먹다 남은 두통약도 보였다. 심한 스트레스에서 오는 불안증세 때문이라는 센터장의 설명이다.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데도 A씨가 버티고 있는 것은 직원 간 '정' 때문이다. A씨는 "서로의 사정을 잘 아는 직장동료들이 있어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상담센터를 총괄하는 사측 관계자는 "합당한 급여의 제공과 함께 힐링 프로그램을 마련해 직원들이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