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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앙된 개성공단 기업인 "이제 다른 살 길 찾을 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8초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중대 결심이요? 지금 기업인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가)폐쇄하겠다고 한들 (정부가)신경이나 쓸 지 모르겠네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의 결렬 소식에 입주 기업인들이 울분을 토했다. 사업 시행 10년 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절박함과 허탈함이 교차하는 듯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기계업체 A사 대표는 26일 "이제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살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가닥 남은 희망의 끈마저 놓아버린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기가 막힌다"며 "기업인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정부는 우리가 추가로 입은 손해만이라도 책임을 져줘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초까지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개성공단 대체 생산지를 찾다 남북 실무회담 소식 이후 전면 보류한 상태다.

섬유업체 B사 대표도 "자금력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매일 그야말로 전쟁같이 버텼다"면서 "조만간 개성공단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다. 우리도 (철수를) 검토할 때"라고 가슴을 쳤다.


일부 입주 기업인들은 실무회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협상력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의류업체 C사 대표는 "남과 북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자는 북측 협상안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 지난 정부 때 우리가 먼저 출입금지 조치를 취한 적이 있지 않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기업인은 "협상은 상대 얘기도 들어줘야 하는데 서로 자기 말만 하는 것 같다"며 "저런 협상력을 믿고 공단 재개를 기대한다는 것이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중대 결심이 무엇인지 명확히 발표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좀 더 기다려보자는 신중론도 나왔다. 신발제조업체 D사 대표는 "개성공단 철수나 대체 생산지를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어떻게 됐든 정상화를 위해 남북 당국이 다시 만나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일말의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는 이날 오전 10시 남북실무 회담 결렬 배경에 대해 설명을 듣기 위해 통일부를 방문했으나 면담일정을 조율하지 못해 1층 로비에서 발을 동동 굴렸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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