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와 엇박자 '반짝-지속' 갸우뚱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1%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경제가 바닥을 찍었느냐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분기 성장률 1.1%는 9분기 만에 0%의 성장에서 탈출한 것이다. 특히 민간소비가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3.3% 늘었다. 스마트폰, 반도체 등 IT제품을 중심으로 수출과 수입이 모두 증가했다. 경제가 회복되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설비투자는 0.7% 감소하는 등 기업의 투자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표상의 반짝 반등인지, 지속 가능한 지 여부는 단정짓기 힘들다.
문제는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들은 경기회복을 느끼는 지에 대해 87.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한국은행도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일부 IT업종의 수출 대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체감경기와 실제 소득지표 성장률 간의 괴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에도 1%대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지출 등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우리 경제가 반등의 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영택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은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부진했던 조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수출과 설비투자 등의 개선이 기대된다"며 "정부 부문의 기여도도 더 높아지기 때문에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성장이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경제 전망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한은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1일 수정해 종전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특히 생산 활동으로 벌어들인 소득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2.7%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이 우리 경제가 힘을 얻고 있는 근거라고 밝혔다. 정 부장은 "GDI는 상당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고 있지만 무역흑자 사상최대치가 전망되는 등 우리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하반기에 GDP가 1%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정부지출 등이 불확실한 오는 2014년에는 이 같은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로 봤을 때 1.9%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 중 정부부문 성장기여도가 0.3% 포인트를 기록했고 하반기에는 이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의 상황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도 1%대의 성장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문제는 내년"이라며 "정부지출 효과가 연말로 갈수록 희석이 될 것으로 보여 내년 이후에는 다시 0%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는 지나친 긍정론을 경계했다. 현 부총리는 "8분기 연속 0%대에서 일단 벗어났으니 이것을 계기로 저성장 고리가 추세적으로 단절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일단 예단할 수는 없지만 하반기에도 흐름이 연장되도록 상반기 정책을 점검하면서 가려 한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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