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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W리더십]엘리트 女의사 벤처사업 13년 제대혈 代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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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창업후 전국 산부인과 돌며 설명
매출액 30~50% R&D에 투자
마침내 줄기세포 치료제 품목허가
엄마·대표 모두 100점, 비결은 균형감각


[세상을 바꾸는 W리더십]엘리트 女의사 벤처사업 13년 제대혈 代母됐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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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엘리트 코스만 밟아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고 전문의 자격시험도 수석이었다. 삼성서울병원 개원 멤버라는 화려한 이력도 더해졌다. 그 순간 인생에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다. 안정적인 의사 생활을 박차고 나와 사업가로 변신했다. 갑(甲)에서 을(乙)로 지낸 13년의 세월, 숱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았다. 다음 기회가 있을 거라는 '무한 긍정주의'로 의사의 '물'을 빼고 사업가의 옷을 입었다. 덕분에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어엿한 줄기세포 치료제 기업 반열에 올랐다.


◆의사에서 벤처로…'복잡계'로 뛰어들다= 누구나 진로나 직업을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선다. 양 대표는 지난 2000년 6월 의사냐 창업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사업 경험은 전무했다. 어느 누구도 사업을 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양 대표가 내린 결론은 창업이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기준은 간단했다. '일하는데 어떤 환경이 어울리느냐'였다. 양 대표는 "의학 전공은 다른 분야보다 진료의사로 남는 경우가 워낙 대다수이다 보니 병원 밖을 나오면 의외의 결정으로 본다"면서 "병원에서 이미 2년 정도 제대혈(탯줄 내 혈액) 은행을 하고 있던 때라 기업의 형태에서 일을 하면 더 자유롭게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제대혈이나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인식이 있지만 13년 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양 대표가 창업 후 6개월간 전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진찰 대기실 산모들에게 제대혈의 중요성을 설명했다고 한다. 갑에서 을의 위치로 역전된 것.


"상황에 따라 갑일 때도 있고 을일 때도 있는 거죠. 그때 사업의 목표를 알리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을의 입장이었으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었죠. 오히려 그런 것에 휘둘리면 제가 자존심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세상의) 중심인데 자존심 상할 일이 아니라고 말이죠."


의사 가운을 입고 있을 땐 몰랐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특히 비즈니스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전문직과 사업은 서로 다른 '계'라는 생각이었다. 전문직은 개인의 경험과 지식, 재능만 있으면 일을 무리 없이 해나갈 수 있으나 사업은 여러 사람이 얽히고설킨 '복잡계'라는 것.


필요한 능력도 달랐다. 그녀는 "사업은 개인이 혼자 잘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집단의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 만큼 대표 역시 집단의 일부일 뿐"이라면서 "각각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협업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전했다.


◆연구개발에 올인…10여년 만에 '카티스템' 열매= 여느 기업이 그렇듯 힘든 때도 있었다. 양 대표는 '13년 동안 한 번도 이만하면 숨 좀 쉬겠네 싶은 순간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창업 후 3년 동안은 돈줄이 막혀 애를 먹었다. 다행인 건 제대혈 은행이라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는 것.


위기는 '벤처 정신'으로 뛰어넘었다. 양 대표는 "연구개발(R&D) 자체가 비효율인데 이걸 감당해내야 한다. 중간 중간 R&D 결과에 울기도 웃기도 하는데, 실패를 해도 계속 시도할 용기가 필요하다"며 "회사가 무너질 때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대비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포스트는 임직원 중 절반이 연구원 출신이고 매출액의 30~50%를 R&D에 쏟고 있다. 지난 10여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동종(다른 사람)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무릎연골재생)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였다. 지난해 4월부터 판매가 시작됐으니 이제 1년이 조금 지났다. 현재 전국 100여개 종합병원과 정형외과 등지에서 500건의 상업 시술이 진행됐다.


해외 수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홍콩에서 첫 시술이 이뤄졌다. 그녀는 "카티스템 자체가 효능이 좋고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제품이라는 확신이 든다"며 "전 세계적으로 열심히 수출 길을 헤치고 다니고 있다"고 했다. 현재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카티스템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임상 1상과 2a상을 진행 중이다.


"먼 목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앞에 놓여진 과제를 위해 살죠. 줄기세포 치료제가 널리 알려져 선의의 의미에서 성공을 거두고 메디포스트가 줄기세포 치료제의 대표 기업으로 지속가능하도록 영원히 남았으면 해요."


◆일과 가정의 양립 이루려면…= 양 대표는 성공한 여성 CEO로 인정받았지만 여성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사회진출이라는 문턱을 넘고 이후 승진이라는 몇번의 벽을 건너뛰어야 한다.


양 대표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DNA 차이'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남성은 도전, 여성은 균형에 강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통계적으로 보면 남성은 더 공격적이고 영역을 취하려 하는데 있어 도전적인 반면 여성은 균형감 있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어 갈등을 최소화하는 성향이 있다"며 "이런 성향은 사업의 내용과 타이밍에 따라 다른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이 사회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난관 중 하나가 가정과 일의 양립이다. 양 대표 역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메디포스트의 대표라는 다역을 소화 중이다. 그녀는 자신있게 '다 잘해냈다'고 답한다. 비결은 '균형감각'이다.


"일과 가정 중 어떤 것이 중요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 중요해요.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도 안 되고 나를 더 많이 필요로 할 때 있어주는 조화로운 마인드가 필요해요."


물론 사회 변화가 뒤따른다는 조건에서 가능한 얘기다.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여성들을 보면 가정을 포기하거나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이룬 사례가 뒤섞여있다. 양 대표도 이를 인정했다. 여전히 여성이 일과 가정을 모두 돌보려면 '멀티태스킹'의 능력이 필요하다. 그녀는 "여전히 여성이 집 안팎에서 노동 강도가 높은 건 사실이고 둘 다 잘 해내려면 엄청난 수련이 필요하다"며 "그나마 사회 분위기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는 쪽으로 가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여성들의 직장생활 방식도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면 '조직 위주의 마인드'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기업이 잘 되려면 조직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염두에 두고 직장 생활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성공하려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잘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며 "개인 능력에 더해 조직을 위해 헌신하고, 조직을 위한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양윤선 대표는?
▲1964년 서울 출생 ▲1983년 휘경여자고등학교 졸업 ▲1989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89~1994년 서울대학교병원 임상병리과 전공의 ▲1994~2000년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전문의 및 성균관대 의대 조교수 ▲1999년 서울대학교 의학과 박사 졸업 ▲2000년 6월 메디포스트 설립 ▲2010~2012년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개발사업 종합심의위원회 위원 ▲現 한국바이오협회 이사, 조직공학 재생의학회 부회장, 한국줄기세포학회 이사 ▲現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학전공 겸임 교수, 고려대학교 생명과학과 겸임 교수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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