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과 매각 중단···KTB컨소시엄과 진행" 청약 앞두고 공시 뒤집어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동양그룹이 계열사 매각 이슈를 자사 회사채 흥행의 불쏘시개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회사채 청약을 하루 이틀 남겨둔 시점에 번번이 설익은 매각 소식을 터뜨리는 모습이 수상쩍다는 것이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동양은 오는 17일 1년6개월 만기 회사채 1000억원을 발행한다. 발행에 앞서 15~16일 일반 및 기관투자자에게 청약을 받는데, 여기서 수요가 많아야 회사채 전량 매각에 성공할 수 있다. 동양은 신용등급이 'BB0'로 투기등급에 속한다.
청약을 1거래일 앞둔 지난 12일 동양은 갑작스레 "동양매직을 KTB 컨소시엄에서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동양은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동양매직 관련 조회공시 답변으로 "교원그룹과 매각 계약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말을 뒤집었다. 동양그룹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계열사인 동양매직 매각을 추진해 왔다.
동양매직 매각 건은 고스란히 동양 회사채 청약에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채권금리 변동성이 커지며 동양 회사채도 흥행 부진이 점쳐져 왔다. A등급 이상 회사채에서도 전량 매각을 기록한 건 희성금속이 유일할 정도다. 그러나 동양 회사채는 동양매직 매각 호재가 절묘한 타이밍에 터지며 청약 흥행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동양이 회사채 청약을 코앞에 두고 급작스레 동양매직 매각 이슈를 발표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동양은 지난달 19일 회사채 610억원을 발행했는데, 청약기간(6월17~18일) 첫 날 느닷없이 동양매직을 교원에 매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가로 2300억~2500억원이 오르내리는 등 구체적 수치도 흘러나왔다. 시장에선 동양매직 매각에 따른 동양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내다봤고, 이에 힘입어 지난달 동양 회사채는 2.25대1의 경쟁률로 전량 매각을 기록했다.
당시도 여의도 일각에선 동양이 회사채 흥행 부진을 염려해 무리하게 매각 이슈를 외부에 공개했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달은 STX팬오션 쇼크와 채권급리 급등이 맞물려 회사채 발행이 부진한 시기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동양은 회사채 만기 구조상 끊임없이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기업"이라며 "회사채 매각 실패로 인한 대외인지도 타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 KTB사모펀드와의 내용에도 의심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KTB사모펀드는 이제 막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단계에 불과한데, 굳이 동양이 자발적으로 외부에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통상 LOI 접수 후 기업실사를 거쳐 검토한 후에야 투자확약서(LOC)를 작성한다. LOC 작성까지는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특히 KTB사모펀드는 연기금 등 재무적투자자(FI)들로 구성돼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크다. 통상 FI는 자금 집행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 실사나 내부검토 단계서 일부 FI가 빠질 가능성도 있다. KTB사모펀드는 지난해도 웅진코웨이 인수 직전까지 갔으나 일부 FI이 투자에 회의적 모습을 보여 결국 인수가 결렬된 바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동양은 교원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미확정 공시라고 밝혔다. 대상자가 갑작스레 바뀌어도 규정상 잘못된 부분은 없다"면서도 "자회사 매각 내용이 하루 만에 급변하는 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그리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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