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귀태(鬼胎)'발언 22시간의 미스테리

시계아이콘02분 3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타임래그라는 말이 있다. 어떤 자극이 발생했을 때 반응까지 미치는 시간이다. 정치권에서는 타임래그가 빠르다. 어느 한 쪽의 비난 성명이 발표되면, 곧바로 반박하는 성명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11~12일 국회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하나 발생했다. 11일 오전에 나왔던 한 발언이 12일 오전 국회를 뒤흔든 것이다. 바로 귀태(鬼胎) 발언에 관한 이야기다.


11일 오전 10시 20분.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오전 현안 브리핑 중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작년에 나온 책 중에 하나가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라는 책이 하나 있는데, 그 책의 표현 중에 하나가 귀태(鬼胎)라는 표현이 있다. 귀신 귀(鬼)자에다, 태아 태(胎)자를 써서, 그 뜻은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 당시 만주국의 일본제국주의가 만주국에 세운 괴뢰국에,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다. 아베 총리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다. 잘 아시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이다.


최근의 이 두 분의 행보가 남달리 유사한 면이 있다. 첫째,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범죄를 부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5.16이 쿠데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시고, 박정희 시절의 인권탄압과 중앙정보부의 정보기관이 자행했던 정치개입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이 두 분이 미래로 나가지 않고 구시대로 가려하는 것 같다. 이제 노골적으로 아베총리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고 있고, 최근 행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모두 격분할 만한 내용이 담긴 브리핑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으로 지칭한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현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발언의 폭발력은 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브리핑 내용은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네이버 기사 검색을 기준으로 했을 때 홍 원내대변인의 '귀태'발언은 11일 11시53분 연합뉴스를 통해서 최초로 언론에 보도됐다. 브리핑이 나온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후에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의 전병원 원내대표가 만나 회담을 가졌다. 양당 대표들은 국정원 국정조사 관련해서 이견을 보였지만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자료를 열람, 4대강 감사 관련 상임위 개최 등에 대해 합의했다. 일정한 성과를 낸 회담이었다. 양측의 회담 내용은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당 정성호 원내대변인이 각각 브리핑을 통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이 과정에서도 어느 누구도 귀태발언을 문제 삼지 않았다.


여당의 공식적인 대응은 오후 4시20분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의 입을 통해 나왔다. 김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과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야가 정치적 공방을 하더라도 금도가 있다. 홍 원내대변인의 막말과 박 대통령에 대한 도가 넘는 비하 발언은 대한민국과 전체 국민을 모욕한 것이다.


대변인은 그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다. 오늘 홍 대변인의 발언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과 홍 의원이 스스로‘귀태(鬼胎)’를 자처하지 않는다면 당장 국민과 대통령께 사과해야 할 것이다."


김 대변인의 어조는 강경했지만,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수준이었지 책임을 져야 한다거나 발언을 철회하라는 수준은 아니었다.


귀태발언이 폭발력을 갖는 것은 청와대의 브리핑을 통해서였다. 청와대는 11일 오후 브리핑에서 "금도를 넘어선 민주당 의원의 막말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이는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고 밝혔다.


이에 홍 원대대변인은 오후 7시쯤 구두브리핑을 통해 "귀태 표현과 관련해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인데, 확대 해석되어 대통령에 대한 인식공격으로 비춰졌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홍 원내대변인의 사과에도 청와대는 12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귀태 발언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을 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정치권의 평범한 막말 중 하나로 볼 수 없는 수준이며, 대선불복종 연장선의 완성"이라며 "우리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그런 막말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망치고 국민을 모독하는 일로 있을 수 없는 일"라고 말했다.


이후 귀태발언은 어제 여야간의 원내대표간의 합의 내용을 모두 무위로 돌리는 엄청난 사건이 됐다. 11일 오후 6시까지만 해도 지도부의 아침회의가 없다고 했던 새누리당은 12일 오전 9시 어제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사항이었던 남북정상회담 자료 열람위원의 회의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초 국회 운영위 회의가 예정됐던 오전 10시에 새누리당 긴급최고위원회의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국회에 잡혀 있던 모든 정치 일정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최소열람, 최소공개'라는 대화록 관련 열람 및 공개에 관한 여야의 합의사항을 따르기 위해서는 열람위원들은 성남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에 방문해서 열람목록을 살펴봐야 하지만, 이 일정은 운영회의가 취소되면서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또 홍준표 경남도지사 및 경남도 공무원들의 국정조사 불출석인에 대한 국정조사 증인에 대한 고발의 건을 다루려 했던 오전 10시 공공의료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도 연기됐다.


홍 원내대변인의 귀태발언이 실제 위력을 발휘하기까지는 22시간의 시간이 걸렸다. 문제의 발언 뒤에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대화록 열람 방법 등 원내 현안에 대해 일정한 합의를 봤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12일 아침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누가 전날의 원내대표의 합의를 무위로 돌리고 정국을 급냉시켰을까?




나주석 기자 gongga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