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조종사들, 두 차례 걸쳐 착륙 포기…충돌 9초전까지 항공기 속도에 대한 언급 없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 충돌사고를 조사중인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항공기의 자동비행장치 기능과 관제탑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조종사들은 충돌 직전까지 속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NTSB가 사고의 원인으로 기기나 기체결함보다는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조종사들, 충돌 직전까지 속도 언급 없어=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12일(한국시간) 열린 사고조사 브리핑에서 "CVR(항공기 음성기록 장치)를 분석한 결과 조종사들이 속도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충돌 9초 전이었다"고 발표했다. 조종사들이 충돌 직전까지 항공기의 속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다.
조종사들이 두 차례에 걸쳐 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올리려고 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허스먼 위원장은 "충돌 3초전에 누군가가 '복항(go around)'을 외쳤고 1.5초 전에도 '복항'이라는 고함이 들렸다"고 덧붙였다.
허스먼 위원장은 자동속도조절장치인 '오토스로틀'을 포함한 항공기의 자동비행모드 기능에 이상이 없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우리(NTSB)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록장치(FDR) 분석 결과에 따라 확인된 사실"이라고 말해 기기결함이 사고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적음을 시사했다.
◇관제탑 대응에 문제 없어= NTSB는 공항과 관제탑의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재차 확인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ope)'라고 불리는 자동착륙유도장치가 꺼져있었지만 착륙에 문제될 상황은 아니었다"며 "사고가 발생한 날은 10마일(16㎞)까지 시야가 확보될 날씨가 맑았던 만큼 조종사들이 수동으로 착륙하는데 문제가 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충돌 30초전 관제사가 교체됐고 이로 인해 조종사들이 착륙과 관련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기 어려웠다는 한국 언론들의 보도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관제사의 대응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충돌 90초전 관제사와 기장의 교신이 있었고 충돌 직후 구급차를 요청한 것은 기장이 아닌 관제사였다"며 관제탑이 사고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이에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장 시야 가린 불빛, 비행에 방해되지 않아 =쟁점이 되고 있는 충돌 34초전 기장의 시야를 가린 불빛에 대해서도 "이로 인해 조종사가 비행에 방해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인터뷰 당시 500피트 상공에서 불빛이 시야를 가렸다고 주장한 것은 이강국 기장뿐이며 나머지 두 조종사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CVR에도 조종사들이 불빛에 대해 주고받은 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의 고도를 포함해 착륙 당시 반사를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상황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불빛으로 인해 조종사가 시야 확보가 어렵거나 기기조작을 할 수 없었다고 진술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전날 진행된 NTSB의 브리핑에서 조종사가 충돌 34초전 강한 불빛으로 시야가 가려졌다고 진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것이 충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 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허스먼 위원장은 "불빛은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조종사들의 비행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불빛이 사고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음을 시사했다.
한편 NTSB는 이날 브리핑을 마지막으로 사고조사 브리핑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주말까지 현장조사를 마무리한 뒤 다음주부터는 종합적인 사고원인 분석에 들어갈 계획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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