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871년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마르셀 프루스트가 태어난 날입니다. 한 권의 소설로 이렇게까지 유명해진 사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앙드레 말로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만 있다"고 얘기할 정도로 그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20세기 전반의 소설 중 질과 양에 있어서 모두 최고로 일컬어지는 작품입니다.
프루스트는 아홉 살 때 심한 천식을 앓았는데, 이로 인해 그는 활동적이기 보다는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프루스트는 그러나 성장기에는 파리 사교계와 심지어 창녀촌을 드나들며 낮에는 방탕한 생활을 하고 밤에는 독서와 글을 쓰는 일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끝없는 사랑으로 보살피죠.
고질병 천식이 심해지면서 외출을 삼가게 된 프루스트는 파리 사교계를 주름잡던 화려한 시절에 대한 기억이 바로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점을 깨닫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게 됐습니다. 천식 때문에 창문을 이중으로 잠그고, 잡음을 막기 위해 코르크로 사방을 막은 밀실에 틀어박친 채 거의 누워서 책을 쓰다시피 했습니다. 그는 51세에 생을 마감할 때 까지 13년 동안이나 이 작품에만 매달렸습니다. 하긴 박경리는 '토지'를 완성하는데 무려 25년이 걸렸지요.
7편으로 구성된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루스트 생전에 4편이 발간됐고 그의 사후에도 3편이 출간됐습니다.
프루스트가 소설에서 후각을 통한 기억의 재생을 설명하는 모습은 상당히 과학적인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찍어 먹는 순간 어린 시절이 선명하게 환기되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그래서 조나 레러박사는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라는 책을 쓸 정도였지요.
프루스트는 1922년 51세의 나이로 부모님이 잠든 묘지 파리의 페르 라 세즈에 묻혔습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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