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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정현, 35년 전 '이덕희 열풍' 재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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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정현, 35년 전 '이덕희 열풍' 재현하나 정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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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스포츠기자들 사이에 있었던 논란거리 하나. “골프가 대중 스포츠냐, 아니냐”다. 대중적이라고 주장한 이들은 연간 내장객이 프로야구 관중보다 많단 사실을 근거로 내세웠다. 반대쪽에선 내장객 수준이 프로야구 관중과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제 이를 두고 말싸움을 하는 스포츠기자는 없다. 그런 논쟁을 하기에 골프가 워낙 인기 높고 관심을 받는 스포츠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올해 ‘인비 열풍’은 그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3년 뒤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종목(남녀 개인전)에서 한국인 메달리스트가 나올 가능성이 꽤 크다.


1970년대에는 테니스가 골프와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흰 운동복을 입고 윌슨 등 외국 브랜드의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는 이들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골프는 최상위 계층, 테니스는 상위 계층이 즐기는 고급 스포츠였다.

글쓴이가 스포츠기자 생활을 시작한 1970년대 후반 테니스 지면은 존 맥켄로(미국), 비외른 보리(스웨덴, 이상 남자), 이본느 굴라공 콜리(호주),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체코→미국 이상 여자) 등이 연일 장식했다. 한국 테니스 선수들의 이름은 국내 무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크게 조명할 기회도 마련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마포고 2학년인 김봉수가 삼촌뻘인 백전노장 최부길과 전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장충코트) 결승전에서 만났단 정도가 지면을 차지할 수 있었다.


천연 잔디코트 하나 없는 열악한 여건이었지만 테니스도 다른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1980년대 이후 조금씩 세계무대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여자 테니스에서 이덕희는 여자 골프의 박세리와 같다.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양정순, 최경미 등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순오와 짝을 이뤄 복식 은메달을 차지했다. 1978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에선 단식과 복식(양정순) 2관왕에 올랐다.


아시아 무대가 좁아 보이던 이덕희는 1979년 WTA(Women's Tennis Association) 투어 활동을 시작했다. 골프로 치면 1990년대 후반 박세리가 미국 LPGA 투어를 시작한 것과 같다. 이덕희는 프랑스 오픈과 US 오픈 등 메이저 대회에 꾸준히 출전해 1982년 1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WTA 투어 대회(미국 포트 마이어)에서 우승했다. 이덕희의 세계 랭킹 34위는 아직까지 후배 선수들이 넘지 못하고 있다.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정현, 35년 전 '이덕희 열풍' 재현하나 정현[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남자 선수들도 세계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김춘호, 전영대 등 우수 선수들이 계속 등장한 가운데 유진선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단식, 복식(김봉수), 단체전(김봉수 노갑택), 혼합복식(이정순) 4관왕에 올랐다. 조금씩 아시아 무대를 벗어나는 가운데 한국 남자 테니스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는 대회가 나타난다. 전 세계 대학생들의 스포츠 잔치인 유니버시아드대회다.


황영조가 올림픽 챔피언(1992년 바르셀로나)이 되는 발판을 마련한 1991년 셰필드(영국) 대회, 박찬호가 메이저리그로 가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1993년 버팔로(뉴욕주) 대회에서 연속으로 테니스 금메달(남 3 여 1)이 나왔다. 유니버시아드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획득한 테니스 금메달이었다. 이어 1995년 후코오카 대회와 1997년 시칠리아(이탈리아) 대회에서 윤용일이 남자 단식 2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시칠리아 대회에선 이형택과 짝을 이뤄 복식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1999년 팔마(스페인) 대회에선 이형택이 남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근 20여년 사이 한국 남자 테니스를 이끈 두 스타플레이어가 유니버시아드대회를 거치며 성장했다.


이형택은 2000년 US오픈 16강전에서 피트 샘프라스(미국)에 세트스코어 0-3(6-7 2-6 4-6)으로 져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한국 남자 선수로는 전인미답의 메이저 대회 4라운드 진출 역사를 썼다. 이형택은 이후 2007년 US오픈에서 한 번 더 16강에 올랐고, 그해 4개 메이저 대회에서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영오픈(윔블던)에서 3라운드에 진출하는 또 다른 기록을 남겼다.


7일 밤 열린 2013 윔블던 테니스대회 주니어부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지안루이지 퀸지에게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0-2(5-7 6-7)로 져 준우승한 17살 고교생 정현의 경기 장면을 보면서 기억한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테니스에 대한 기억들이다. 올해로 127회를 맞은 윔블던 테니스대회 주요 경기가 열리는 센터 코트는 테니스 선수라면 누구나 서고 싶어 하는 곳이다. 안정된 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정현이 그곳에 서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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