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대개 아는 얘기지만, 군 훈련 프로그램 중에는 트러스트 폴(trust fall)이라는 것이 있다. 높은 통나무 위에 올라가 뒤에 있는 동료병사들이 받아 줄 것이라는 믿음(trust)을 갖고 뒤로 낙하(fall)하는 훈련이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직접 해 보려면 공포와 두려움이 엄습한다. 뒤에 서 있는 동료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정도는 덜하겠지만 밑에서 받아 주는 동료들도 걱정스럽기는 매한가지다. 혹여 누군가 실수라도 해서 사고가 날까 봐 전전긍긍이다. 실제 아차 하는 순간에 트러스트 페일(trust fail)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게 처음이 어렵지 일단 한 번 성공하고 나면 몸을 던진 사람이나 몸을 받아 준 사람 모두 그 성취감과 기쁨이 여간 아니다. 서로에 대한 뜨거운 믿음, 무한의 신뢰가 절로 생겨난다.
이 훈련은 '몸'을 통해 이뤄지지만 사실은 '마음'에 관한 교육이다. 트러스트 폴 훈련을 끝낸 병사들 간에 자연스레 동료애, 동지애가 생긴다. 말 그대로 한 몸뚱이의 전우가 되는 것이다.
TV에서 군인 아닌 '민간인'들의 트러스트 폴 장면을 볼 때가 가끔 있다. 예를 들면, 치어리더들도 고난도 기술을 선보일 때 트러스트 폴을 하곤 한다. 트러스트 폴을 성공적으로 잘 끝낸 팀을 보면 "보나마나 동료애로 똘똘 뭉친 팀일 거야"하는 찬사를 보내게 된다.
또 가끔은 록가수들이 관객석을 향해 다이빙하듯이 몸을 내던지는 흥미로운 장면도 본다. 볼 때마다 불안하지만 관객들은 늘 그 다이빙 록가수를 안전하게 잘 받아 준다. 팬들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몸을 내던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치어리더 동료들 간에, 록가수와 관객 간에 존재하고 있을 신뢰의 두께를 생각해 본다.
홈쇼핑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신뢰'라는 말을 속된 말로 '먹자' '자자'는 말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물론 고객 신뢰에 관한 얘기다. 기업의 영속성을 위한 기본은 '고객이 다시 믿고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우리 임직원들의 귀가 따가울 정도로 각종 회의 자리, 대표이사 지침 등을 통해 신뢰에 대해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는 것이 '신뢰'이다.
그러고 보니 여러 해 전 NS홈쇼핑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고객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품질경영 방침'을 직접 쓰기도 했다. "우리 회사의 품질경영 방침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의 상품을 기획ㆍ판매함으로써 고품격 생활문화를 창조하고…"로 시작하는 '품질경영 방침'이다. 직원들의 승진 시험문제에도 매번 '품질경영 방침' 관련 문제를 출제토록 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회사는 고객 신뢰를 위해 전문화된 장치들이 있다.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식품안전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고객 신뢰를 위해 쌓은 품질관리 전문지식으로 농산물우수관리제도인 GAP인증기관으로 지정받아 활동하고 있다. 식품안전 강화기간 운영, OK서비스까지 임직원 모두 고객 신뢰를 위한 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면 업무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깐깐한 기준의 정책을 마련해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다시 군대의 트러스트 폴 이야기를 하자면 트러스트 폴에서 낙하의 선택은 통나무 위의 고객이다. 통나무 아래에 있는 기업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몸을 던지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첫 경험에서 얻지 못한 신뢰는 트러스트 폴의 재도전에서 망설임, 포기 등의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먼저 첫 선택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반복되는 고객의 트러스트 폴을 위해 신뢰를 쌓고, 강화하고자 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 고객을 기다리는 기업의 기본 자세가 아닐까.
오늘도 고객이 우리를 향해 트러스트 폴을 하는 미래의 어느 날을 상상해 본다.
도상철 NS홈쇼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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