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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1억 횟집, 2억으로 미리 올려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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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계약 금액 상관없이 5년 보장
건물주 임대료 인상 부작용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형기(가명)씨는 최근 황당한 우편물을 받았다. 상가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현재 임대보증금 1억원을 3억원으로, 월세 400만원을 1000만원으로 각각 올려달라는 내용을 담은 집주인의 내용증명이었다. 개업한 지 2년여가 되면서 가게가 자리를 잡고 단골손님이 생기기 시작할 즈음에 접한 소식이어서 김씨는 막막한 상태다.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5억원에 이르는 현재 임대차계약으로는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는 김씨는 결국 보증금 2억원, 월세 900만원에 주인과 합의를 했다. 김씨는 "보금자리지구에 속해 있는 지도 모르고 계약을 했는데 이제 와서 턱도 없는 재계약 조건을 제시하니 당황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일 국회가 본회의에서 보증금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상가에 최소 5년 동안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통과시킨 이후 나타난 움직임이다. 본지에는 이 같은 하소연을 하는 제보가 이어졌다. 개정 이전과 이후의 법안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의 환산보증금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자에게도 5년 간 계약갱신 요구권을 부여했다. 지금까지는 서울 기준 환산보증금 3억원, 지방은 1억5000만원 이하인 상가의 임차인이어야 최대 5년 동안 임대차 기간을 보장받았다.


이는 수년 동안 상가의 보증금과 월세가 크게 올라 서울의 경우 전체 상가의 약 25% 정도만 계약갱신 요구권 대상이 되는 등 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들의 영업권이 일정 기간 보장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금액에 상관없이 모든 상가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임대료 급등으로 인한 시장 혼란이 현실화한 것은 문제점이다. 세입자에게 최소 5년 간의 영업권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상가건물 주인들이 계약 초기부터 시세보다 높은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법 개정에서 기존 임대차보호 대상 상가에 적용됐던 대항력과 임대료 상한선이 사라진 것은 법 시행 이전 무분별한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행법에선 서울에서 3억원 이하 상가 세입자는 5년 동안 임대계약 갱신권이 보장됐다. 또 건물 주인이 바뀌어도 영업권에 대한 대항력이 있으며 임대계약 갱신시 임대료 상승률을 9%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개정법이 철거와 재건축을 이유로 임차인을 내쫓지 못하도록 상가 주인이 구체적인 공사 시기와 소요기간 등을 임차인에게 사전 고지를 의무화한 것은 임차인을 보호하는 대목이다. 현재는 철거 등에 대한 사전고지 의무가 없어 이를 이유로 임차인이 쫓겨나는 경우가 적잖았다.


상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 단기적 부작용 등을 막지 못할 것으로 지적되며 전문가들은 시행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임차인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동의하지만 이번 법 개정은 현실과의 괴리가 있다"면서 "단기적인 임대료 폭등으로 인한 시장 혼란과 이면계약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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