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기준 없어 논란만 가열..우리은행 매각 관련 3대 불가론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마지막 매물이 될 우리은행의 매각과 관련해 소위 '3대 불가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고가 입찰' 외에 다른 세부적인 추진 방안에 대해 함구하면서 ▲메가뱅크화 해서는 안되며 ▲오너가 있는 회사에도 넘길 수 없고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는 매각도 안된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매각 절차에 들어가는 지방은행과 우리투자증권 계열과 달리 우리은행은 아직 6개월 이상 여유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대 불가론'이 거론되는 것은 정부가 매각에 대한 세부 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남상구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 위원장은 "'최고가 입찰가'라는 공자위의 입장만 밝혔을 뿐, 금융위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 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금액이라는 '정량평가' 요소만 나왔을 뿐, 전략적 접근의 '정성평가' 기준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성평가 부분에 대해 침묵하면서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양상이다.
'3대 불가론' 가운데 대표적인 주제는 메가뱅크다.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메가뱅크 허용 여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다'다. 손병두 공자위 사무국장은 "메가뱅크가 가능하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미련한 짓"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의 공식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메가뱅크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은행을 인수한 쪽이 위기를 맞아 몰락했을 때 충격파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그럴 듯한 이유도 곁들여졌다. 은행의 중복 투자에 따른 비효율 증가도 우려된다는 주장도 나왔고 정부가 구상중인 '한국형 투자은행(IB)'로 우리은행을 특성화하자는 견해도 한 몫 거들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금융위가 메가뱅크는 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너가 보유한 회사로 넘겨서도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인수후보자 가운데 한곳인 교보생명을 염두에 둔 '오너 있는 회사 불가론'은 은행이 자칫 개인금고화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달고 있다.
금융위는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감독을 받아야 하는 금융사를 오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는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교보가 그 정도 수준의 회사는 아니잖냐"고 반문했다.
관치금융 개입 가능성이 있는 과점주주 형태 역시 불가론의 대상이다. 과점주주체제는 대주주가 서너곳으로 분산된 형태인데, 정부가 우리은행의 매각 지분 범위를 결정하지 않으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위도 찬성 입장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수준만큼은 한꺼번에 매각할 것"이라면서 "금융위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자위는 이와 관련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약 57% 우리금융 지분 가운데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소한 30%는 묶어서 팔겠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3대 불가론과 관련해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매각에 대한 별도 지침을 세우지 않는 것은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측면도 있지만 자칫 인수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상구 위원장은 "우리은행이 공적자금을 통해 살아난 만큼 매각은 어떤 결론이 나도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자위는 다음달 추가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매각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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