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대정부 건의문 채택..대학 자율성 강화, 고등교육재정 GDP대비 1% 이상으로 확충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대학총장들이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 줄 것과 고등교육재정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이상으로 확충하고 등록금 관련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검토 중인 신규대학 설립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7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대학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2013년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대교협은 건의문에서 "고교 졸업자 수가 2012학년도 64만명에서 빠르게 감소해 2017학년도에는 대학입학 정원보다 적어지고, 2020학년도에는 고교 졸업자 수가 46만명으로 대입 정원보다 11만명 이상 부족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며 "등록금 인하 및 동결 정책이 지속되면서 대학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교육의 부실화와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창조경제 실현에 기여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과 대학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6개 사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가장 먼저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해 대학이 환경변화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과감히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또 정부의 고등교육재정을 GDP 대비 1%로 늘리고, 등록금 관련 규제 개선과 소액기부금 세액공제 등을 통해 고등교육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도 요청했다.
대학 평가는 획일적인 평가를 지양하고 대학의 설립목적과 특성에 따라 평가하고, 이른바 '강사법'은 당사자들간 합의를 바탕으로 대체 입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저작물과 관련해서는 불합리한 보상금 산정 기준에 의해 일방적으로 고시돼 있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기준을 폐기해 대학이 수업목적 저작물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대학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새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모순된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특히 과학기술원, IT종합학교 등 특수목적기관을 새롭게 설립하기보다는 기존 대학을 중심으로 지원을 늘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과학기술원과 IT종합학교 등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설립을 검토 중인 대학들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날 대학 총장과의 대화에서 "질적 수준을 확보하지 못한 대학은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강하다"며 "8월 하순이나 9월에 대학구조조정 방안을 시안 형태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 정원보다 학생 수가 감소하는 단계여서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날 때는 본격적인 '쓰나미'가 닥쳐 다음 정부 때는 상당수 대학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정부 5년 간의 대응이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대학 평가의 문제점에는 공감하면서 "평가시스템을 통해서 우리 대학이 질적으로 성장·발전해야 하는 평가가 돼야 한다"며 "개선 방향은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거나 어떤 지표의 비중을 얼마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값 등록금 정책과 관련해서는 "지금으로서는 등록금 부담을 일정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물리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대학이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노력을 하고, 교육부는 고등교육에 정부 재정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노력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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