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2004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 '인트리토스(Entreatos)'에서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은 1970년대 처음으로 자신의 자동차를 가지게 된 순간을 "마치 왕이 된 기분이었다"라고 묘사했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은 브라질 중산층의 가장 큰 꿈이다. 정부의 경제자유화와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으로 자동차는 브라질 산업화의 핵심 분야가 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교통 인프라와 질 낮은 자동차들의 증가로 자동차 산업이 브라질 경제의 '비극'이 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라질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790만대 수준으로 10년 전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2010년 독일을 제치면서 브라질은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자동차 대국이 됐다. 경제발전에 따른 중산층 증가와 다양한 세재혜택, 자동차 대출 등 금융서비스의 발달도 이에 한몫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인 피아트와 폴크스바겐·제너럴모터스·포드자동차의 브라질산 자동차 생산량은 브라질 제조업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늘어나는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 비해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브라질 교통부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브라질에서 고속도로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도로 포장률은 몇 년 째 1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인프라는 낙후돼 있지만 자동차 판매대수는 급증하면서 2009년 이후 브라질 도로의 교통정체율은 59%나 늘었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대도시의 교통정체는 국제적으로도 악명 높다.
질낮은 브라질산 자동차가 판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산 자동차의 안정성은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되는 같은 모델보다 등급이 크게 낮다. 최근 브라질 정부가 나서1억헤알(약 530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안전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 성능 실험 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열악한 교통 인프라와 넘쳐나는 불량 자동차 등으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1998년부터 10년간 브라질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20%나 늘었다. 2010년에만 9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2011년 기준 브라질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10만명 당 20명으로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높다.
FT는 이와 같은 브라질의 높은 자동차 의존도와 열악한 교통인프라가, 질 낮은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상 최대의 시위사태를 낳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500억헤알(약 26조905억원)을 투입해 대중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위 확산을 막는데는 역부족인 듯하다.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오 네베스 연방상원의원은 "대통령이 나서 열악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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