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라는 키워드로 새 정부의 중소혁신기업 지원 움직임이 활발하다. 2000년대 초반 한국경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벤처 열풍이 재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벤처투자 시장에도 '신(新) 르네상스' 훈풍이 불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연내 600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10년 전 실패'를 거울삼아 모처럼 지펴진 벤처투자 열기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들도 구체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소혁신기업의 '창업-성장-회수-재도전'의 선순환 구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 지원방안을 내놨고, 국회도 벤처생태계 조성 등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은 여전히 높다. 정부 주도의 벤처투자는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는데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쟁력있는 벤처기업 양산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과 과제를 8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1998~2001년 코스닥 입성 455곳 가운데 217곳 사라져
우회상장 검증장치 등 허술한 시장관리에 개미들만 눈물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대한민국 경제의 가장 큰 시련이었던 IMF 외환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벤처기업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하지만 주식투자자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벤처기업의 이미지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들이 대거 진입했던 코스닥시장은 '투기 자본'에 편승한 대주주와 기업사냥꾼의 탐욕, 금융당국의 허술한 시장관리가 어우러지며 개미들의 눈물을 짜내는 장으로 점철됐다.
21일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지난 98년 정부 중점 추진과제로 벤처기업 육성이 지목된 이후 2001년까지 총 455개사가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무려 217개사가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른바 '벤처 1세대'로 불리는 회사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시장에서 낙오된 셈이다.
회계법인이 재무제표 작성을 거부해 퇴출된 회사가 74곳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등 금융당국의 결정으로 시장에서 쫓겨난 회사가 36곳으로 뒤를 이었다. 자본잠식,부도 등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퇴출도 각각 32건, 25건에 달했다.
김원식 코스닥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2009년 시장 퇴출기준을 강화한 상장폐지실질심사제가 도입된 이후 시장을 떠난 상장사가 크게 늘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 경영여건 악화로 실적이 정체된 점도 한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너무 관대했던 시장 진입이 이 같은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모 대형증권사 스몰캡담당 팀장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우회상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며 "상장사 합병에 나선 비상장기업의 가치가 과대계상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본 사례가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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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자격 미달업체의 무분별한 등록도 문제가 됐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 특징을 분석한 결과, 시장 진입 후 퇴출 사유가 발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3년 6개월에 불과했다.
이 기간 최고경영자(CEO) 교체 횟수는 5.6회에 달했고, 최대주주 변경은 7.2회나 됐다. 마땅한 실적도 없이 유상증자를 통한 최대주주 교체라는 이른바 '머니 게임'만 반복되다가 시장에서 사라진 셈이었다. 그 피해는 이 기간동안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였던 개미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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