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지방자치단체 출자ㆍ출연기관의 설립ㆍ운영법'을 만들어 지방공기업의 설립, 인사ㆍ예산 운영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안전행정부가 사전에 설립 타당성을 검토하고 설립 후에는 해마다 경영평가를 하는 것이 골자다. 경영진단을 거쳐 해산시킬 수도 있도록 했다. 지방공기업 설립에서부터 퇴출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개입할 근거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당정의 방침은 지방공기업의 심각한 경영 부실이 출발점이다. 현재 지방공기업은 463개로 2011년 말 부채가 69조1000억원에 이른다. 2008년 47조8000억원에서 3년 만에 21조3000억원이 늘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 내는 곳이 수두룩하다. 흑자 경영으로 지자체 살림에 보탬이 되기는커녕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 재정에 주름살을 더해 주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겨냥해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지자체장과 경영을 맡은 지자체장 측근이나 퇴직 공무원이 한통속이 돼 마구잡이로 사업을 벌인 것이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이다. 853억원이나 투입했지만 안전성 문제로 4년째 멈춰서 있는 인천 월미 은하레일 사업의 인천교통공사, 부채가 5000억원이 넘는 경기 용인도시공사, 알펜시아 리조트 사업으로 큰 손실을 본 강원도개발공사 등이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정부가 지자체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고 지방공기업 경영 개혁에 나서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설립에서 경영, 해산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있다. 지방의 중앙 예속화가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이다. 지방공기업 설립까지 일일이 통제하는 건 또 다른 '갑의 횡포'로 비칠 수 있고 지방자치의 참뜻이 왜곡될 소지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방이 잘할 수 있는 부분, 정부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합리성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지방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한 지방공기업 개혁은 당면한 과제다. 하지만 직접적인 통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성숙한 지방자치로 가는 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권한은 주지 않고 책임만 묻는 식은 곤란하다. 정부와 지방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원칙과 정도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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