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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산된 남북회담, 대화의 끈 놓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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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오늘 열릴 예정이던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것도 그렇지만 그 사유는 더욱 실망스럽다. 남북이 회담 수석대표의 직급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다 판 자체를 깨버렸다. 양측이 지키려 했던 것이 자존심이건, 명분이건 스스로 속 좁은 민족이란 점을 7000만 겨레와 세계에 내보인 셈이다.


회담 무산 소식에 공장설비가 녹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한숨소리가 커졌다. 8ㆍ15 광복절이나 추석 때 상봉을 기대했던 이산가족들의 가슴도 타들어간다.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본회담 수석대표와 의제도 결정하지 못했는데 정치권에서는 남북국회회담과 정상회담 얘기까지 나왔으니 김칫국부터 마셔댄 형국이다.

과거 남북회담을 보면 양측 대표가 누구라도 회담 중간중간 상부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결정해왔다. 이번에 남북 양측이 서로 상대방 대표로 고집한 김양건 노동당 통일선전부장이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판문점 실무회담과 명단 수정제안 등 잇따른 접촉에도 회담 자체를 무산시킨 것은 그만큼 남북 간 불신이 깊다는 방증이다.


남북한 모두 회담 무산의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게 떠넘기기보다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 회담 대표나 장소와 같은 부차적인 문제는 개성공단 정상화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 핵심 이슈 논의를 위해 서로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야 할 것이다. 북한은 무리한 밀어붙이기를, 남한은 지나친 형식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모처럼 조성된 남북한 대화의 불씨를 살려 나가기를 국민들은 바란다. 정치권도 괜히 회담 무산 책임론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을 벌이기보다 양측에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등 대화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는 자세를 보일 때다.

냉정하게 보면 이번에 무산된 회담은 남북한 정치지도자가 바뀐 상황에서 거치고 넘어가야 할 탐색전 성격도 있었다. 6년 만의 당국회담에서 그동안 쌓인 여러 복잡한 현안을 한꺼번에 처리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굳이 명칭이나 대표 직급에 구애받지 않는 회담을 먼저 열어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컨대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협의하는 것이다. 합의 가능한, 실천 가능한 것부터 협의해 실천하며 신뢰의 벽돌을 쌓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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