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밤 마포구 안심귀가스카우트 현장
지정장소서 스카우트 만나 귀갓길 동행
신청자 뒤따르며 신변보호… 호루라기·경광봉 휴대
밤 10시~새벽 1시, ‘120’·‘구청상황실’로 신청
시행 초 신청자 다소 ↓… 홍보 병행키로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지난 5일 밤 11시 서울 마포구 합정역 8번출구 앞. 귀가를 서두르는 발길 사이로 노란색 조끼와 모자를 착용한 두 사람이 아이의 손을 잡은 한 여성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안심귀가’ 신청하신 김주리(37·여) 씨 맞으시죠?”. 잠시 경계하는 듯한 모습의 여성은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신분증을 보인 두 사람은 집에 이르는 동선을 확인하고, 이 모자의 2m 뒤에서 주변을 살피며 경호하듯 ‘수행’한다. 그들의 등 뒤로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목에는 신분증과 함께 호루라기가 걸렸고, 손에는 어둠을 밝히는 경광봉이 깜빡인다. 서울시가 ‘여성안전대책’의 일환으로 이번달부터 선보이고 있는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 요원들이다.
양화대교 방면으로 걸으며 진입한 거리에는 별다른 행적이 눈에 띄지 않는다. 거리 양쪽을 채운 점포들의 네온사인이 왕복 2차선 거리를 밝힌다. 간간이 라이트를 켠 차량이 오가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이 보이는 전부다. 뒤를 따르는 스카우트와 신청자 사이에도 주고받는 대화는 드물다. 신청자가 위협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귀가 중 대화는 최소화하는 게 근무수칙이라는 말이 돌아온다.
엄마 옆에서 종종걸음을 한 개구쟁이 꼬마가 한 번씩 장난어린 몸짓을 보이지만 이내 일행과 발을 맞춘다. 주택가 사이로 취기가 담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거리를 지나는 모자(母子)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도 따른다.
그렇게 네 사람이 귀갓길을 동행한 시간은 15분여. 집 앞에 발걸음을 멈춘 김 씨가 “다 왔어요,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인다. “조심히 들어가시고 주민들께도 안심귀가 서비스 소개를 부탁드릴께요”라며 작별을 고한 스카우트들은 잠시 집 앞에 머물며 신청자의 귀가여부를 최종 확인한다.
귀가지원은 마쳤지만 이들의 임무가 끝난 건 아니다. 한 조를 이룬 정희석(42·남)·박홍려(66·여) 씨는 곧장 담당구역 내 순찰을 위해 걸음을 옮긴다.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곳에는 어김 없이 손전등을 비춰 경계한다. 학교와 공사장 등 비상상황이 발생할 만한 곳에선 발걸음을 늦추며 살핀다. 어둠 속 거리 곳곳이 순찰의 사각지대인 만큼 주변을 세심히 살피는 것 역시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 중 하나다.
사흘 째 근무를 마무리하며 정 씨는 “이 일대 대부분이 좁은 주택가다 보니 우범지대 역시 적지 않다”며 “귀가를 지원하고 순찰을 돌면서 주민민원을 받아 구청에 전달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는 오는 11월까지 계속된다. 15개 시범자치구(종로구·중구·성동구·광진구·성북구·강북구·도봉구·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강서구·영등포구·동작구·관악구·강동구)에 30~40명씩 배치돼 활동 중인 총 495명 스카우트들은 여성들의 안전귀가 지원과 주변지역 순찰 임무를 부여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서비스 이용시간은 주말과 휴일을 제외한 주중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 ‘120 다산콜센터’나 거주지 ‘자치구 상황실’로 신청해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6개월간의 시범운영 이후 성과 및 시민호응도 등을 종합해 향후 대상지역과 투입인력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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