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규]
“창조경제 주도할 통섭형 창의적 기술인재 양성에 온 힘"
“철의 기술에 인문학의 심장을…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만들기”
교육계·산업계 2065명과 간담회…3년간 8677㎞ 뛰어다닌 열정
‘변화와 혁신의 대명사’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라는 세계적 브랜드 이외에도 많은 것을 남겼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재상’에 대한 정의다. 기업들은 더 이상 ‘최고의 인재’를 선호하지 않는다. 오로지 스펙만을 갖춘 지원자보다는 전공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에 인문학적 소양까지 두루 섭렵한 ‘융합형 인재’가 채용 담당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은 시대의 요구에 선대적으로 대응해 튼튼한 기술에 인문학 사고까지 겸비한 '창조적 융합 인재' 양성에 힘 쏟고 있다. 취임 후 3년간 전국 20여 곳을 돌며 교육계와 산업체 인사 등 2065명과의 간담회를 직접 주재하며 '폴리텍표 융합형 기술인재’에 대한 홍보에 열성을 쏟아부었다. 4일 광주 라마다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맞춤형 지역인재 양성 간담회’에서 박 이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박종구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기술도 인문학과 컨버전스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계시는데 그 배경은?
▲우리 폴리텍대학 학생들은 이미 기술에 있어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동일 직무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입니다. 이제는 튼튼한 기술에 인문학적 사고까지 겸비시켜 창조적 융합형 기술인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대는 융복합의 시대입니다. 융복합 시대에는 개별 부문의 지식만으로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 故) 스티브 잡스 회장도 “애플의 창의적인 IT제품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있기에 가능하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는 책장을 넘기듯 화면을 넘기고, 두 손가락의 멀티터치로 화면을 늘리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인간의 감성적인 경험이나 직관 등을 기술에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학생들의 인문학적 사고를 높이기 위해 한국폴리텍대학에서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
▲ 학생들이 기업에 취업해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경제와 경영, 어휘력, 역사,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과 식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기업인들로부터 전문대학 출신의 경우 품성과 기술은 좋은데 소통이나 글쓰기, 인문학적 능력이 다소 약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당시 사회적으로 관심이 고조되었던 스티브 잡스 전기를 처음으로 비치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이후에는 신간 베스트셀러는 물론 동서고금의 양서들도 지속적으로 확보해가고 있습니다. 또한, 인문교과에 대한 비중을 취임 당시 11%에서 18%까지 끌어올렸으며. 교양개설학점도 20학점에서 31학점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만큼 학생들의 인문교과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죠.
- 격이 다른 인재 양성을 위해 영어도 강조하신다는데.
▲좁은 국내 취업시장 뿐만 아니라 넓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글로벌 취업능력을 키워주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입니다.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교양영어는 물론 TOEIC, 실용영어까지 교양필수 과목으로 선정했습니다. 현재 6학점인 전공 영어 과목을 내년부터는 8학점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작년부터는 남원에 위치한 자체 연수원을 활용해 원어민이 진행하는 몰입식 영어캠프를 운영하고 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결국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가을학기와 동계캠프까지 이어갔습니다.
이 곳에는 연간 600여명의 학생들이 원어민과 함께 생활하며 2주 동안 하루 10시간 이상씩 글로벌 취업 영어 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의 제조·기술인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해외취업의 문호는 열려있으나 어학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영어를 잘하는 기술인은 몸값이 올라가고 해외 취업의 길도 쉽다는 얘기입니다. 최근에는 한국무역협회, 한국산업인력공단과 MOU를 통해 폴리텍대학 재학생들의 해외취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했습니다.
- 한국폴리텍대학의 브랜드 파워 강화 및 대외 이미지 제고를 위해 현장을 발로 뛰는 홍보를 진행하신다는데.
▲한국폴리텍대학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책특수대학으로 2년 연속 취업률 80% 이상을 달성하고 있는 우수한 대학교입니다. 여기에 전문대학 최저 수준의 학비까지. 홍보할 강점이 많은 학교이지요.
허나 제가 부임할 당시만 해도 예전 기능인력 중심의 직업학교 이미지가 남아있어 일반 학생과 고교 측에서 꺼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인문학과 영어 비중을 확대한 교육과정 개편은 물론 이사장이 전국을 직접 발로 뛰는 홍보활동을 전개해가고 있습니다.
2011년 이후 오늘까지, 전국 20여 곳을 누비며 고교 교장, 교감, 진로 진학 담당교사는 물론 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장, 기업 대표이사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직접 주재하고 있습니다.
폴리텍대학의 위상 제고를 위해 3년간 이동한 거리만 무려 8677㎞에 달하며, 두 손으로 직접 맞이한 교육계 및 산업계 인사들은 총 2065명이나 됩니다. 실제로 입시경쟁률 5대 1 이상, 취업률 82.3%의 기록은 이사장이 보증하는 대학, 이사장이 보증하는 인재들에 대한 각 고교와 기업체의 높아진 관심을 증명해주고 있지요.
- 취임 이후 전국을 누비며 폴리텍대학의 홍보활동 등에 힘써오셨는데 그 동안 성과는?
▲무엇보다도 우리 폴리텍대학의 수요자인 기업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취임 초기에는 우리 대학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는데 지금은 국내 30대 기업인들이 사이에 폴리텍대학 인기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한마디로 취업 잘 되는 학교로 알려져 있죠.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엔지리어링과 비지니스 인력의 양축이 적절하게 유지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산업에 치중해 온 일부 유럽국가의 경우 청년 실업 문제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이에 유럽국가들은 모든 정책 방향을 청년실업 완화와 부작용을 최소하는 데 두고 있습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맞춤형 직업교육을 통한 산업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무작정 대학만 진학하기 보다는 합리적 판단을 통해 진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오늘 V대학에서 주최한 ‘맞춤형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간담회’는 어떤 의미가 있나?
▲새 정부는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인성교육 중심 수업, 개인맞춤형 진로교육, 능력중심 사회 구현을 추진하고 있죠.
오늘 광주에서 열린 간담회는 스펙 위주, 과열경쟁으로 얼룩진 교육·취업문화를 바로잡고자 하는 시도였습니다. 무의미한 스펙 쌓기는 구직자들의 젊음과 얇은 주머니를, 전공과 무관한 직무는 장기간의 OJT로 이어지며 기업들의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폴리텍대학은 학생의 인성을 책임지는 소그룹 지도교수제, 산업현장을 강의실로 그대로 옮겨온 ‘FL system’, 맞춤형 취업의 발판이 되는 기업전담제 등을 통해 기업에 딱 맞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실제 기업체 담당자들이 폴리텍 출신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입사와 동시에 실무 투입이 가능한 점’을 꼽습니다. 학생들 역시 전공과 적성에 맞는 기업체에 취업하니 77%라는 놀라운 취업 유지율로 이어지고 있죠.
- 요즘 베이비붐 세대, 다문화가정 등 취업 취약계층의 고용시장 진입에 대한 문제가 점차 크게 대두되고 있다. 전문기술인 양성의 국책 특수대학으로서 취약계층을 위한 한국폴리텍대학의 지원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베이비붐 세대는 2010년을 기점으로 이미 정년퇴직 연령에 진입해 앞으로 5∼10년 사이 이들의 본격적인 집단 은퇴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 없이 창업에 나선다면 자영업 대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의 재취업을 통한 안정적인 삶 지원을 위해 우리 폴리텍대학에서는 전문기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 15개 캠퍼스에서 올해 1300명의 수료인원을 목표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며, 광주캠퍼스의 경우 5월 1일부터 ‘건축인테리어 시공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은 학습 중단, 진로 선택의 어려움 등 우리 사회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학교법인 한국폴리텍은 이들을 위해 전국 최초의 기술대안고등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한국폴리텍 다솜학교에서는 기술 교육을 통해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자립·자활 가능한 전문 직업능력을 심어줍니다. 아울러 공동기숙생활, 문화체험, 소통능력향상교육으로 한국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고 있습니다.
복합 언어교육 역시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자존감 및 의사표현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지요. 이밖에도 우리 대학은 장애인, 군인, 경력 단절여성 등을 위한 전문기술 교육을 통해 취약계층 직업재활의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박 이사장의 열정과 의지는 인터뷰 시간도 초월했다. 인재 양성에 대한 그의 열망이 그만큼 크고 깊다는 방증이라 여겨졌다.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한국폴리텍대학이 4년 연속 최고등급을 달성한 데에는 혁신적 학사개편, 발로 뛰는 홍보 등 CEO의 숨은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박 이사장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2 대한민국 경제리더 대상’에서 인재경영부분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 박종구 이사장은…
광주 출신(1958년생). 1975년 충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9년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규스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박사학위(1982년 8월∼1987년 5월)를 받았다. 1987년부터 6년간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이후 1998년 4월 기획예산처로 자리를 옮겨 정부개혁실 공공관리단장과 국무조정실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 국무조정실 경제 조정관,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차관급),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아주대학교 교무부총장, 아주대학교 총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2011년 8월 한국폴리텍 이사장으로 부임해 ‘튼튼한 기술에 인문학적 사고까지 겸비한 창조경제를 주도할 통합형 기술인재 양성’에 온 힘을 모으고 있다.
정선규 기자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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