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벼랑에 선 건설업계, 생존 해법은?
①예고된 SOC투자 감축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건설업계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일감은 줄어들고 영업실적은 나빠지며 지속 성장을 논하는 것조차 여유롭지 않을 정도다. 소비자 위주 시장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소송 등에 내몰려 경영위험이 커졌다. 정권의 국책사업을 수행한 이후 수익을 향유하지도 못한 채 공정위와 검찰, 국세청 등의 매서운 칼날 앞에 허둥대기 일쑤다. 각종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사건에는 '건설업자'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는 등 이미지도 추락했다. 이렇다보니 대학들조차 건설이라는 이름을 경쟁력으로 빼고 있다. 고급 인력 유입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는 분리발주나 하도급자 보호 등의 이슈가 새롭게 추가되며 건설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벼랑에 선 건설산업의 현주소와 대응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에 건설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정부가 복지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나서면서다. 건설업계는 국내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버팀목이 돼 주었던 공공발주 물량이 대폭 줄어들 경우 실적악화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외수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건설업체의 경우 줄도산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당 지도부에 향후 5년간 135조원을 조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복지공약 재원 마련 대책을 보고했다. 향후 5년간 신규 도로와 철도 건설에 재정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 재정전략회의에서 향후 4년간 SOC 예산 11조8000억원을 감축하는 내용을 보고했다.
정부는 SOC 예산의 절대액을 차지하는 도로에서 4조원, 철도에서 4조5000억원 가량을 각각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택과 수자원(하천정비) 등의 예산도 일부 삭감된다. 국토부는 대신 도시재생 등 국민체감형 SOC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SOC 예산 삭감으로 신규 사업은 최대한 억제하고 현재 진행 중인 계속사업 위주로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라며 "아직 어떤 사업을 중단시킬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안산선이나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처럼 수익성이 있는 사업은 민자 사업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복지정책'으로 생색을 내고 남은 빚을 차기 정부와 국민이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9월말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최종 확정되지만 기재부에서 이미 방침이 정해져서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SOC 예산을 무조건 삭감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특히 주택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공공수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경우 도산하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수주는 총 16조5149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35.1%나 줄었다. 민간수주가 45.5%나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공공수주 감소폭은 9.0%로 SOC 등 토목사업에 대한 공공발주 물량이 그나마 하락폭이 커지는 것을 받쳐주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SOC 발주물량의 감소는 공공발주에 기대온 중소건설업체들에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토목까지 줄이면 문제가 된다. 공공물량에 의존이 높은 작은 업체들이 줄도산하는 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대형업체 뿐아니라 하도급업체들이 더욱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SOC부문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 복지정책의 구체적인 마스터플랜 조차 없는 상황에서 복지비용 마련을 위해 무조건 줄이고 본다는 식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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