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실업률 27% 사상최고, 기업 부도율도 위기 전 10배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스페인 경제가 경쟁력을 회복하는 듯하지만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5월 25일자)는 갈 길이 아직 멀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경제 지표들은 대체로 우울하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올해 1ㆍ4분기 자국 경제가 전분기 대비 -0.5% 성장했다고 밝혔다. 7분기 연속 경제가 위축된 것이다.
스페인은 그 동안 국민의 반발에도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펼쳤지만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1%나 된다. 실업률은 27%로 사상 최고이며 기업 부도율도 위기 이전에 비해 10배나 높은 수준이다.
스페인은 그 동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시한폭탄' 취급을 받았다. 부채위기 속에서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앞서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ㆍ키프로스와 달리 유럽에서 경제 규모가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위기를 맞을 경우 유로존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스페인은 위기 이후 과감한 개혁에 나섰다. 그 덕에 경제상황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재정적자가 2009년 GDP 대비 11%였지만 지난해 7.1%로 낮아졌다. 2008년 GDP 대비 10%에 이른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스페인이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전환된 것은 불황의 결과 수입이 대폭 줄었기 때문은 아니다. 유로존 회원국 중 가장 큰 폭의 수출 증가세 덕이다.
스페인은 과감한 노동시장 개혁으로 해고를 용이하게 만들고 노동비용을 낮췄다. 그 덕에 기업은 근로자를 좀더 쉽게 채용할 수 있게 됐다. 노동개혁의 결과 상당수 자동차 업체가 유럽 공장을 스페인으로 옮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스페인 경제가 직면한 문제 3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스페인 국채 수익률이 낮아졌지만 심각한 신용경색으로 중소기업의 경우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자금을 융통하기가 어렵다. 은행은 여전히 부실로 의심되는 채권을 만기 연장하고 있다. 대출이 늘어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개혁에 대한 피로감이 엄청나다. 스페인 사람들은 노동시장 개혁을 감내한 데 이어 사회복지 개혁, 최저 임금 삭감, 연금 부담 축소 같은 추가 개혁도 감당해야 한다. 더욱이 마리오 라호이 총리가 이런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만큼 국민들로부터 뜨겁게 지지 받고 있는지조차 불확실하다. 여당과 마찬가지로 야당도 인기가 없다는 게 라호이 정부로서는 유일한 위안거리다.
가장 큰 문제는 스페인이 충분한 수요 및 성장 동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페인은 공공지출, 소비, 투자 모두 줄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의 주요 시장인 유로존 경제가 좋지 않아 수출이 빠르게 늘지 의문이다. 대(對)유로존 수출만으로 스페인의 내수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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