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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증시]日 증시 급락을 보는 상반된 시각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35초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전날 일본증시가 7% 이상 급락하면서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의 촉각이 곤두섰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우려로 불안했던 시장 심리에 중국의 부진한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에 경기우려가 확대되며 기름을 부었다. 장 중 1% 이상 급등한 일본 국채금리와 일본정부의 성급한 대응 역시 증시 급락을 초래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증시 역시 미·중·일 3국 악재의 영향에 1% 이상 조정을 받으며 197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일본 급락에 따른 국내증시 영향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구심 및 일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국내증시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내증시의 상대적 밸류에이션 매력이 존재하나, 기고적 상승을 위해서는 엔화 약세로 인한 한국의 수출둔화와 기업채산성 등 펀더멘털 악화 우려가 먼저 극복돼야 한다는 평가다.

다른 하나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있지만, 기존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과열된 일본증시의 조정과 엔화 약세 진정이 동시에 나타나며 국내증시의 엔저 우려주들의 반등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일본은행(BOJ)이 국채시장 안정화를 위해 2조엔 규모의 긴급 유동성 공급책을 서둘러 발표했으나, 오히려 이것이 통화정책 신뢰성을 훼손시켰다. 장중 국채금리 1%대 진입 가능성이 눈으로 확인된 만큼 일본 채권은 장기물 위주로 이탈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다만 엔저 현상 가속화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일본 경기회복 가시화와 급격한 엔저 부작용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일본정부가 엔화 약세를 추가로 유도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전일 유동성 공급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강세 전환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나타난 급격한 엔화 쇼트(매도) 포지션 청산 현상도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 급등분 역시 점진적으로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본다.


미국·중국의 경제의 회복세가 안정적이라고 아직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단기간내 위험자산 선호(Risk-on) 심리가 크게 확산되기 어렵겠으나, 적어도 한국 증시에서는 회복을 짓누르던 악재요인이 점차 완화되면서 하방경직성이 점차 강화될 전망이다.


전날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은 장 후반 매도 규모를 크게 줄인 반면, 국내기관만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했다. 전일 일본 증시 조정에 따른 외국계 자금의 재유입, 엔저 속도 조절 시그널 등을 한국 증시 악재들의 완화 신호로 해석한다.


일본 국채금리 상승은 분명 중장기적 리스크 요인이나 단기간내 아베노믹스의 실패로 직결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재 일본경제의 회복과 함께 나타나는 엔화 약세 속도 조절은 한국시장에 중립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의 하락 폭도 전반적으로 컸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경우'라는 전제 하에서, '채권 매입속도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한 영향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Fed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삼성증권 경제팀은 Fed가 올해 3차 양적완화(QE3) 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 이후, 내년 초부터 점진적으로 축소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성장률은 2·4분기에 1.5% 수준으로 일시적으로 둔화된 이후, 4분기에나 3%대 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 경우 연내 예상되는 고용시장의 개선속도나 실업률의 하락 속도는 QE3를 축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 모드로 진입할 수 있지만, 추세적 변곡점 도래 가능성은 아직 낮다.


달러화로 환산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기준 한국과 일본의 전년동기 등락률 차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괴리(마이너스 괴리)'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통화로 보면 갭은 사상 최고치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쇼트(매도) 일본, 롱(매수) 한국'의 차익기회가 충분히 엿보인다. MSCI 한국의 일본 대비 상대 주가순자산비율(P/B)는 2006년 이후 최저치이며, 이는 지난 10여년간 역사적 바닥수준으로 확인됐던 평균으로부터 -1.5배 표준편차에 근접했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은 매수 리스트에 올리기 충분하다.


다만 주의할 점은 일련의 괴리 축소가 한국에 대한 기조적 매수로 연결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엔화 약세로 인한 한국의 수출둔화와 기업채산성 등 펀더멘털 악화 우려가 극복돼야 한다. 아직 이러한 컨센서스는 형성되기 어렵다. 따라서 당장의 투자접근을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수정하자고 요청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도한 단기적 괴리가 가져올 투자 환경 변화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특히 차익거래 성격의 바스켓(프로그램) 매매 중심으로 한국 증시에 자금이 유입될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일부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위협이 될 것이다. 상반기 중 불확실한 매크로 상황으로 상다수 국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방어적으로 편제돼 있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 펀더멘털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기술적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에 들어오면, 수급공백이 큰 섹터들의 반등 폭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교란할 수도 있다.


한일 양국간의 P/B와 최근 6개월간의 성과를 비교할 때, 괴리가 큰 섹터는 IT하드웨어, 자동차 및 부품, 은행, 유통, 증권 등 이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국내 투자자들이 섹터 비중 및 최근 52주 평균비중 대비 비중 축소 중인 섹터는 반도체, 화학, 에너지 등이며, 섹터 대비 단순 비중은 은행, 보험, 자동차 등이 낮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당장 어제와 같은 일본 국채 및 주식시장 급락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제는 일본 금리의 상승 속도다. 전일 일본 증시 급락이 쇼크적 악재로 확산될 지 여부가 일본 금리의 상승 속도에 투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가 주목하는 위험인식 영역은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 1.5~2.2%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들어 일본 정책 당국 내부에서도 국채 수익률 상승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락을 경험한 만큼 시장의 자정 작용도 기대할 수 있으며, 7월 참의원 선거가 예정된 시점에서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차단하려는 정치적인 노력도 당연히 예상된다. 앞서 우리가 위험 인식 포인트로 제시한 1.5~2.2%에 도달하기까지 여유도 남아 있다.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전략도 향후 일본 금리의 상승 속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만약 일본 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할 경우,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그동안 일본 시장에 집중했던 자금들의 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소외를 겪었던 한국 증시가 재조명받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단 일본 금리의 상승 속도가 향후에도 누그러지지 않는다면 투자 전략은 보다 보수적으로 가져가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일본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양상이 정책 통제력을 상실하는 구조적인 위험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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