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가 더 낮아 '역전현상' 발생..."생애 첫 주택구입자 발길 돌린다"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시중금리와 정책금리간 시간차(Time Lag)가 1~2개월에 달해 서민들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하 기조가 뚜렷한 가운데 신속하게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05~0.12%p 하락했으나 생애 첫 주택구입자금 대출 등 정책금리는 인하를 위한 정부 부처간 협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 은행 대출금리가 정책금리(3.3~3.5%)보다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국민·농협·신한·외환·우리·하나 등 7개 시중은행은 지난주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5~0.12%p 내렸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0.25%p 인하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현재 신규취급 코픽스(COFIX·은행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대출을 기준으로 최저금리가 가장 낮은 대출 상품은 하나은행(3.04%)이다. 농협은행(3.05%)과 신한은행(3.24%)도 최저금리가 낮은 편이다. 우리은행의 5년짜리 고정금리 대출은 3.76~4.06%에서 3.78~4.08%로 기준금리 인하에도 0.02%포인트 상승했지만 정책금리와의 차이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시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4% 초반대로 형성되면서 주택구입을 준비해 온 실수요자들은 자금 마련 부담을 덜게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전부터 금리는 지속 내려가는 추세였다"면서 "시장금리의 하락세가 지속할 경우 2%대 주택담보대출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시중 은행의 움직임과는 다르게 정책금리는 꿈쩍도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10일 "기준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국민주택기금에서 이뤄지는 대출 금리에 대한 인하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변경 절차는 간단하다. 정부 부처간 협의를 통해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면 된다. 하지만 아직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관계부처 간 협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시중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 정책금리 인하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간 협의가 늦어지며 서민들의 부담이 커진 꼴이다.
이 때문에 야심차게 발표한 4·1부동산대책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 전세자금대출 등 4·1대책의 핵심 내용이 주로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4·1부동산대책을 통해 0.2~0.5%p 내려간 정책금리는 현재 3.3~3.5%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당초 3.8%에서 60㎡·3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3.3%, 60~85㎡·6억원 이하 주택은 3.5%로 낮아졌다.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금리는 4.3%에서 4.0%로,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3.7%에서 3.5%로 각각 낮아졌다.
정부가 국민주택기금 지원 금리를 낮춰 부동산 거래 정상화를 뒷받침하려 했지만 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았던 데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까지 내려가면서 정책금리가 매력을 잃게 된 셈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책금리가 시중금리보다 다소 낮게 유지되는 이유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4·1대책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라도 시중금리와 동반해 변동할 수 있는 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