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관가 재계 소통창구 열릴까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민영 기자]LG그룹이 지주사 대관을 가동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그룹이 계열사가 아닌 지주사 대관 담당을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설된 대관 팀은 정부부처 외에 경제단체와의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져 지난 1999년 '반도체 빅딜' 사건 이후 소원해 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구본무 LG그룹 회장간 관계가 복원될 지 주목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김영기 LG 사회공헌팀장(부사장) 직속으로 대관업무 담당 조직을 마련했다.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3개 계열사에서 각 1명씩 차출된 3명이 파견근무 형식으로 활동 중이다.
LG 주력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지주사 차원에서 대관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요구가 있어 한시적으로 대관팀을 마련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업상의 문제는 아니고 최고위 경영진과 관가ㆍ경제단체와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의 경우 별도 사업을 벌이지 않고 순수 지주사 역할만 하기 때문에 별도 대관 담당을 두지 않았다. 관가와의 통로 역할은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력 계열사를 통하거나 ㈜LG의 재경담당이 맡아왔다.
㈜LG에 신설된 대관팀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 등을 담당한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동향을 파악해 이를 최고경영진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종전 그대로 계열사들이 사안에 맞춰 대관 업무를 담당한다.
재계는 ㈜LG가 대관팀을 통해 전경련과의 통로를 마련한데 주목하고 있다. LG는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반도체 빅딜' 사건 이후 전경련에 발길을 끊은 바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재벌 개혁의 핵심 과제로 재벌 그룹 간 대규모 사업 교환 '빅딜'을 추진했다.
반도체의 경우 1위인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LG와 현대중 한쪽이 양보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정부가 LG반도체에 대한 신규 대출 중단에 나선 뒤 LG그룹까지 자금줄을 옥죄며 나서자 구본무 회장이 백기를 들고 LG반도체를 현대 측에 넘기게 됐다.
이후 구자경 LG 명예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준 LG반도체부회장(현 LG전자 부회장) 등 LG 오너 일가는 전경련에 발길을 끊었다. 대통령과 재계 면담이 있을 때만 예의상 들렀을 뿐이었다. 전경련과의 대화 창구도 별도로 두지 않았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전경련에 대한 앙금이 깊었던 구본무 회장이 전경련과의 대화 창구를 만든 것은 관계개선을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며 "구 회장 입장에선 서운한 점이 많겠지만 과거 일은 잊고 전경련과 관계를 회복, 새 정부의 창조경제에 부응해 나가는 것이 재계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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