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본성' 저자 잉햄 교수, 애덤 스미스에서 케인스까지 고전 경제 이론가 통해 현대 자본주의 실체 분석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최근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니얼 퍼거슨이 케인스와 그 이론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케인스는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자식이 없어서 미래 세대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게 그의 발언의 요지다. "케인스의 이론 역시 성 정체성에 따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 주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 결국 니얼 퍼거슨이 공식 사과를 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대표적 긴축주의자인 퍼거슨과 정부지출 확대를 주장한 케인스의 이념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2011년 '돈의 본성'이란 책으로 한국 독자들을 먼저 만났던 제프리 잉햄 케임브리지대 사회학과 교수의 생각은 니얼 퍼거슨의 의견과 한참 다르다. 신간 '자본주의 특강'에서 제프리 잉햄 교수는 케인스와 그의 이론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다. "케인스의 경제학이 오늘날 유행에서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그가 현대사회에 남긴 충격과 영향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자본주의 특강'에서 제프리 잉햄 교수가 애정있게 언급한 이론가들은 케인스뿐만이 아니다.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막스 베버, 조지프 슘페터 등 경제학 입문 서적에나 등장할 법한 고전 이론가들의 면면이 소개된다. 저자 스스로도 '구식 입문서'라고 책을 소개할 정도다. 그러나 자본주의 근간이 되는 요소들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자본주의의 총체적 성격을 파악하려는 책의 의도에 비추어볼 때 이 고전학자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고전 경제이론을 차분히 훓어내려가던 저자는 "충격적이고, 심지어 주위 사람들을 화나게 할 만한" 결론을 도출해낸다. "(케인스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이해하는 데 근본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추가한 사회과학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후세대 학자들은 오히려 이들의 학문적 유산을 왜곡하고,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게 흐려 놓았다고 제프리 잉햄 교수는 주장한다. 이 뼈아픈 지적을 토대로 저자는 책의 1부에서 이들 고전 학자 5명의 경제이론을 하나하나 다시 들추어낸다.
2부에서는 화폐, 시장, 기업, 금융자본, 국가 등 자본주의가 작동하는데 필요한 핵심적인 제도와 사회적 장치들이 거론된다. 특히 '화폐'와 '금융'은 지금까지 주변적인 것으로만 치부돼왔는데 저자는 이런 요소들의 역사적 진화과정까지 집중 조명하면서 '자본주의'의 실체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끝으로는 2007년 이후 미국발 서브프라임 부도 사태가 오늘날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어떻게 위기로 몰고 갔는지를 진단한다.
그러나 앙햄 교수는 자본주의의 운명을 예단하지는 않는다. 명쾌한 결론을 기대했던 독자들로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겠지만, 당초에 저자 역시 입문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선을 그어놓았던 부분이다. 경제학의 고전 이론에서부터 현대 금융자본주의까지의 배경과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확실하게 도움이 된다.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볼 때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모든 족쇄에서 풀려난 화폐자본이 어마어마한 자기 파괴적인 힘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 혼란에서도 똑같이 되풀이 될지, 그리고 각 나라들은 과연 자본주의를 구출해 낼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338p)
<제프리 잉햄 지음 /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만3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