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상징하는 회색 넥타이 매고 나왔지만… 금리 2.5%로 인하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격론 속 금리 인하를 예고하는 것이었을까. 5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이날 금통위에선 격론이 오간 동향보고회의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하루 전 집행간부와 금통위원들이 참석한 동향보고회의에선 지난달 만큼이나 격렬한 토론이 오갔다. 오전 9시에 시작된 회의는 오후 1시 30분까지 4시간 30분에 걸쳐 계속됐다.
지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을 두고 3대 3으로 맞선 금통위원들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신흥국들의 금리인하,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집행효과 등을 두고 치열한 논리전을 벌였다. 김 총재는 그간 "(기축통화를 가진)미국이나 일본과는 입장이 다르다"고 강조해왔지만, 인도 등 신흥국마저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해 이런 주장을 펼 근거가 약해졌다.
이날 오전 8시 52분, 배석자 가운데 처음으로 신운 조사국장이 입장한 뒤 통화정책국장 등이 차례로 들어섰지만, 참석자들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취재진이 퇴장한 9시까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가벼운 농담이 오가던 종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뒤이어 입장한 김중수 한은 총재와 금통위원들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8시 58분 정순원 위원을 시작으로 문우식 위원과 박원식 부총재가 나란히 입장했고, 이어 임승태·하성근 위원이 착석했지만,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8시 59분 입장한 정해방 위원도 다소 수척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노트북의 모니터만 응시했다. 김 총재는 입을 굳게 다문채 어색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촬영에 응했다.
금리의 방향을 두고 팽팽하던 균형이 깨진 데에는 임승태 위원의 한 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뒷말이 흘러나온다. 이달 금통위를 두고 김 총재가 금리 동결의 당위성을 강조한 만큼 박원식 부총재와 한국은행이 추천한 문우식 위원은 같은 의견을 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4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하성근·정순원·정해방 위원은 종전 입장을 고수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 의사록은 2주 후 공개된다.
한편 김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의 신호로 여겨졌던 회색 넥타이를 매 눈길을 끌었다. 이걸 두고 다수결에 밀려 금리를 내리더라도, 심중엔 '동결이 옳다'는 생각을 담은 '넥타이 시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총재는 그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때 대개 회색이나 파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다. 올해 들어서도 김 총재는 1월에 밝은 회색, 2월에 남색, 3월에 짙은 하늘색, 4월에 짙은 회색 넥타이를 골라 금리 동결의 신호를 줬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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