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기업協 "당혹스럽고 충격적"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우리가 왜 나갑니까. 전혀 생각이 없습니다."
26일 정부가 개성공단 잔류인원 철수를 발표한 직후 통화한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CEO는 "끝까지 남겠다"며 철수 권고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입주 기업들은 양측 정부에 의해 개성공단에 대한 50년간의 투자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신뢰를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철수 권고를 하기는 했지만 이 결정이 북한과의 대화 단절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정부가 철수 권고를 한 것은 북한과 대립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며 "남아 있는 임직원들의 안전 차원에서 권고한 것이지 아예 대화 통로가 막힌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오후 중구에 위치한 협회 사무실에 입주기업 CEO들을 모아 입장표명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논의를 진행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협회 회원들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당혹스럽고,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잔류인원 귀환 조치가 충격적"이라고 털어놨다.
협회는 곧 공식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이들은 일단 남북 정부가 합의한 50년간의 투자 보장 원칙이 확고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쉽게 철수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협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이념에 반대하고 싶지 않다"며 "정부의 결정이 우리에게 해로운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철수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자칫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오해를 살까 우려하는 것.
한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6시께 성명을 통해 "공단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잔류 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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