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동그란 안경테가 인상적이었다. 상당히 말랐고, 생각보다 키가 컸다. 밝은 갈색의 눈동자는 ‘인형 눈’ 같이 또렷했다. 팔을 척척 움직이며 씩씩하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지난 24일 서울 모처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강희의 첫 인상은 그를 둘러싸고 있던 수식어들과 상당히 닮아있었다. 약간 엉뚱해 보이기도 했고, 귀여운 면도 있었다. 개성이 넘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듯 했다.
그런데 첫 인상은 점점 빗나가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솔직하지만 거침없지는 않았고 단순명료하지만 상냥했다. 불필요하게 말이 많지는 않았으나, 틀에 박힌 말만 쏟아내는 사람 또한 아니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미나문방구’(감독 정익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아이들이 너무 순수했어요.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연기자들 같지 않게’ 잘했죠. 아이들마저 연기를 하면 예민한 분들은 힐링을 못 받잖아요. 사람들이 ‘아빠 어디가’를 보면서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처럼, 저희 영화도 그런 점이 좋았어요.”
‘미나문방구’는 잘 나가던 공무원 미나(최강희 분)가 억지로 떠맡게 된 골칫덩어리 문방구를 처분하려다 생기는 일들을 그린다. 생각지 못했던 초등학생 단골의 거센 저항에 맞닥뜨리면서 기상천외한 영업 전략을 펼치는 모습을 담았다.
최강희는 “화면이 따뜻한 색이라서 좋았다”며 “프레임 안에 찍힌 걸 보면서 아늑한 느낌이 들더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그는 관전 포인트로 아이들의 순수함을 꼽았다. 촬영 내내 아이들을 보면서 ‘잃어버린 나의 시간을 찾아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아이들을 많이 관찰했어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즐거울 때 즐겁고 화날 때 화내고 그런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우리도 멀지 않게 있는데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아요. 때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닮아질 수 있잖아요.”
그렇지만 아이들과의 촬영, 단점도 있었다. 문제는 엄청나게 소란스럽다는 것.
“스태프들이 빨리 배고파하고 빨리 지치더라고요. 혼이 빠져서.(웃음) 화를 내는데 그 소리도 안 들려요. 그렇지만 저는 그래도 되는 역할이니까 불편함이 없었죠. 그냥 소리 지르고 내쫓으면 되거든요. 사악하게 꼬드겨서 물건 팔아먹고. 하하.”
어린 시절의 최강희 역시 아주 활발했다. ‘촐랑이’라는 그룹도 만들었단다. 불량식품도 끔찍이 사랑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 불량식품 마니아예요. 팬들도 엄청 챙겨줘요. 불량식품도 하나의 추억이고 향수잖아요. 그거 먹고도 이렇게 잘 커 있는데 정부에서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벌인다니 슬퍼요. 제일 좋아하던 아이템은 테이프와 쫀득이였어요. 빨대 과자는 너무 좋아서 먹은 다음에 물감을 칠해서 목걸이로 만들어 걸고 다닐 정도였죠.”
불량식품에 대해 기자와 한판 수다를 벌인 최강희는 ‘복고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직 그의 갈증을 해소시킬 만 한 건 나오지 않았다.
“UV(유브이)나 그런 가수들 나왔을 때는 신났죠. 저는 1990년대 힙합 패션이 유행할 때의 그 느낌이 그리워요. 드라마적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요. ‘마지막 승부’나 ‘질투’가 방송되던 그때 정서의 드라마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과거가 그리운 최강희는 ‘미나문방구’의 미나와 꼭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실제 성격은 미나의 욱하는 성격과는 매우 다르다.
“저는 '화'가 없어요. 화라는 건 생각이 많은 사람은 낼 수 없거든요. 그 타이밍을 놓치면 안 내느니만 못하기 때문이죠. 가슴에서 주먹이 팍 나오는 파워가 있어야 해요.(웃음) 그냥 전 화가 나면서도 이해가 많이 되는 편인 것 같아요.”
끝으로 상대역 봉태규와의 호흡을 물었더니, “힐링 잇몸을 가진 사람”이라며 깔깔 웃었다.
“발랄해 보이지만 깊이 있고 센스가 있어요. 옷도 잘 입고, 웃는 모습이 힐링 돼요. ‘힐링 잇몸’을 가졌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잇몸이랄까요? 이선균 잇몸 이후로 처음이에요. 태규 씨는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어린 아이의 웃음을 지녔어요. 하하.”
순수한 아이들, 맑은 최강희, 힐링 잇몸을 지닌 봉태규가 만들어내는 영화 ‘미나문방구’가 어떤 모습일지 매우 기대된다.
유수경 기자 uu84@
사진=송재원 기자 sunn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