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새누리, 제동거는 정부…부실한 국정과제·朴 가이드라인 정치때문?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 후속 입법작업이 당정 간 엇박자를 연출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며 입법화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정작 가장 적극적이어야 할 정부가 곳곳에서 제동을 거는 양상이다.
◆대체휴일제 놓고 온도차…새누리, 방향 선회
대표적인 사례는 대체휴일제 도입을 둘러싼 공방이다. 일요일과 공휴일이 겹칠 경우 평일에 하루를 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지난 1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됐다. 여야 위원들은 당시 정부가 난색을 표명하면서 토요일과 겹치는 공휴일에 대해선 적용하지 않는 타협안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리 소식을 전해들은 친박계 의원 출신의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크게 불만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정부의 입장은 사실상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안전행정부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국·실장급 회의에선 대체휴일제 도입에 앞서 노·사·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5일 전체회의에 앞서 국회 안행위 위원들을 적극 설득키로 했다. 대체휴일제 도입을 위해 법률로 일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건 문제라며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외의 곳에서 제동이 걸린 새누리당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안행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황영철 의원은 24일 기자와 만나 "지도부에서 정부와 잘 소통해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다"며 "새누리당 의원들도 반대 입장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대선 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의 공통공약일 뿐 아니라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며 법안 처리에 의욕을 보였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염불보다 잿밥' 국정과제, 부처간 혼선으로 이어져
국정과제 후속 입법 과정에서 정부부처 간 입장차도 엇갈렸다. 주무부처인 안행부는 강하게 반발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은 다르다. 여행·레저 산업 진작 효과가 예상된다며 찬성 입장에 변함없다는 것이 문광부의 설명이다.
이 같은 혼선은 이미 예고됐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을 보인 국정과제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140개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대체휴일제를 통해 여가산업을 육성해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가 81번째에 포함돼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여성문화분과에서 다뤘다는 이야기다. 논의과정에서 주무부처와 노사 양측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고용복지분과·법질서사회안전분과 등과의 상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수차례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지만 인수위 시절부터 칸막이가 작동했다.
국회의 처리과정도 미숙했다.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법률로 승격시키면서 부작용은 고려하지 못했다. 일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할 경우 교대제 사업장은 주휴일과 관계없이 일요일 근무에 대해 휴일근무수당을 50% 할증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영세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로 인건비 부담이 늘게 된다.
◆朴대통령 '가이드라인 정치'도 발목…여야 협상은 없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정치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과제의 입법화를 추진할 경우 야당과의 조율 과정에서 타협안이 제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의 부당내부거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화 법안의 처리 과정이다. 부당 내부거래의 입증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거나 청수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일감몰아주기로 간주한다는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 이야기가 전해지자 박 대통령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했다. 위축된 새누리당 의원들이 결국 국정과제 문구에서 벗어날 여지를 가로막음으로써 사실상 4월 국회 처리는 물 건너간 상태다.
이민우 기자 mw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