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휴일 2~3일 이상 더 늘어
대기업 근로자 "황금연휴" 적극 찬성
中企는 "그림의 떡" 상대적 박탈감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치면 평일 중 하루를 휴일로 지정해 쉬도록 하는 '대체휴일제'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미 수년간 대체휴일제 법제화를 놓고 왈가왈부해 왔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대체휴일제를 도입하기로 했고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선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며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과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대체휴일제에 대한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재작년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체휴일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6.7%에 달했고, 반대는 7.4%에 그쳤다. 대체휴일제가 들어서면 앞으로 2022년까지 직장인들의 연평균 휴일이 2.3일 더 늘어나면서 '노는 날'이 많아지는 건 사실. 그런데 대체휴일제에 대한 직장인들의 견해를 현장에서 들어보니 무조건 찬성이라는 의견과 함께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체휴일제 찬성 대기업 vs 상대적 박탈감 중기 = 모 대기업에 다니는 6년차 직장인 박정환(33)씨는 대체휴일제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에 화색부터 돌았다. 최근 매일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프로젝트 회의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의 잠든 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는 박씨. 대체휴일제로 늘어난 휴일엔 가족끼리 제주도와 남해로 여행을 떠나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가장 최근에 떠난 가족여행은 지난해 여름휴가 때 동남아 패키지 상품이 전부였다던 그는 "그동안 쉬는 날이 적어 여행지에서 찍은 가족사진 하나 남기기도 힘들었다"면서 "대체휴일제로 혜택을 누리면 삶의 만족도도 커질 것"이라며 적극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조영란(40)씨는 대체휴일제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접었다. 주 40시간 노동, 주5일제 등 기존의 근로기준법 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다며 대체휴일제도 아마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고 푸념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만이 혜택을 누릴뿐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상대적 박탈감만 야기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그는 대체휴일제가 전 직업군에 의무화돼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는 사업주에게 벌금을 매기는 등 강력한 규제가 뒷받침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씨는 "우리보다 사정이 더 힘든 일용직 근로자들에겐 대체휴일제가 외려 돈벌이를 빼앗는 악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휴일이 늘어도 일은 줄지 않는다" 걱정부터 앞서 = 지난해 모 중견기업에 입사한 김미원(29)씨는 대체휴일제에 대해 사뭇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했다. 대체휴일제로 하루는 출근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이 줄진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야근이나 재택근무 등으로 근로 시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이다. 평소 업무과다, 직장 분위기 때문에 연차도 다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체휴일제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1년에 2, 3일 더 쉰다고 해서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며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새해 달력을 펼쳤을 때 공휴일이 주말과 이어져 환호하거나 혹은 주말과 겹쳐 크게 실망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직장인들 사이에선 석가탄신일이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당시 석가탄신일이 주말과 이어지면서 직장인들이 3일간 연휴로 쉴수 있었고 올해 석가탄신일은 금요일, 2014년엔 화요일, 2015년엔 월요일로 잡히면서 4년 연속 연휴를 만들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이를 '자비로운 부처님의 은혜'라며 칭송했다.
그렇다면 그토록 원하는 대체휴일제에 가장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10명 중 4명에 달하는 직장인들이 대체휴일제로 쉬는 날에 하고 싶은 활동으로 '관광'을 꼽았다. 대체휴일제 도입되면 관광(37.5%), 문화활동 (17.5%), 체육활동(17.5%), 자기계발(12.5%) 등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관광활동이 1.5일 증가하면 약 2조8000억원의 추가 관광지출이 발생될 것으로 전망되며 생산유발효과 4조 9000억원, 고용유발효과 8만5000명 등의 파급효과도 기대된다.(2011.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 결과만을 놓고 보면 대체휴일제로 국내 문화ㆍ관광산업을 통한 소비를 진작시키고 내수 경제에 활력을 높이자는 당초 정부의 취지와도 들어맞는다.
반면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해외여행 증가로 국부 유출 ▲소득감소와 서민경제의 어려움 가중 ▲휴일 근로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 등 역효과도 존재한다. 이때문에 대체휴일제가 시행되기 전 국내 관광자원을 확충하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직장인들은 대체휴일제의 도입의 필요성과 현실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대체휴일제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찬반 의견을 감안한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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