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올해 들어 글로벌 금값이 19%나 빠지면서 미국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존 폴슨 폴슨앤컴퍼니 사장은 15억달러(약 1조6700억원 상당)나 잃었다. 반면 금값 폭락을 환영하는 이도 있다. 세계 최대 금 수입국인 인도의 소비자가 바로 그들이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금값 폭락이 인도의 예비 신혼부부와 경제 전문가들에게 최고의 뉴스라고 소개했다.
인도의 힌두교 축제 '아크샤야 트리티야'와 결혼 시즌이 맞물려 금 수요가 가장 많은 시점에 금값 급락으로 어려운 인도 경제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결혼하는 이가 가장 많다. 하객들에게 결혼 선물로 금을 건네는 전통이 살아 있다. 그러므로 예비 신혼부부에게 금값 하락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다음달 시작되는 힌두교 4대 축제 가운데 하나인 아크샤야 트리티야 기간 중 금 등 귀금속 구매가 급증한다.
인도 최대 보석상 기탄잘리의 메훌 초크시 최고경영자(CEO)는 "금을 적당한 값으로 구입할 수 있어 금 수요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 소비자보다 금값 폭락을 더 반기는 이가 경제 전문가들이다. 지난해까지 고공 비행해온 금값은 가뜩이나 어려운 인도 경제를 더 짓누르고 있다. 경제학자와 신용평가업체들은 인도의 재정적자에 대해 우려해왔다. 지난해 4ㆍ4분기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는 326억달러(약 36조5772억원)로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의 6.7%를 웃돌았다. 금 수입은 GDP의 3%에 이른다. 따라서 금값이 하락하면 재정적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인도인들이 특별한 날에만 금을 사는 것은 않는다. 대다수 인도인은 정부가 물가관리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투자수단으로 금을 사들이기도 한다. 인도의 도매 물가는 지난 2월 6.84%를 기록한 뒤 지난달 5.96% 올랐다. 이는 40개월만에 가장 작은 폭의 상승률이다. 하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39% 치솟았다. 이는 인도인들이 금을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사들인다는 뜻이다.
인도 정부가 금 수입을 막기 위해 도입한 규제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지난해 2%였던 금 수입 세율을 세 배로 올렸다. 이로써 지난해 인도인들의 해외 금 구매는 11% 줄어 860t을 기록했다. 그래도 인도는 여전히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이다.
최근의 금값 하락은 인도 경제에 '약'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금값 폭락으로 인도 중앙은행이 금리인하 같은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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