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 개성 거래량 해외로 돌릴 가능성
中企 "한번 해외로 가면 돌아오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개성공단 폐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발주했던 계약 물량을 제3국으로 돌리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해외 바이어들이 떠나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마저 발을 빼면 도산 위험이 커질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23일 의류를 생산하는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는 "거래 대기업들이 연말까지 (발주된) 물량을 해외 쪽(공장)으로 돌릴 수도 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20일이 넘는데도 사태가 해결될 뚜렷한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기업들이 제3국 생산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실상 개성공단이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양 정부에서 거래 재개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공장을 제3국으로 옮기면 향후 개성공단이 열린 후라도 거래를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 중기 업계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사정도 이해하지만 고통 분담에 대해 서운한 감정도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중기 대표는 "중소기업과의 상생 분위기 때문에 다들 쉬쉬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내 대기업들과의 거래가 끊길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해외 바이어들도 떠나고 있어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대기업측은 "사태가 어디로 튈지 몰라 여러 가지 전략을 검토 중이지만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당장 거래를 끊지는 않을 것"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개성 사태가 생산 계약 기간과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공급이 끊긴 경우도 있다"며 "사태가 해결되면 계약이 다시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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