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직장인 조영복(40)씨는 지난 주말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맞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가족 식사를 했다가 깜짝 놀랐다. 44개월 된 딸 아이의 식사값이 5만원대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곳의 성인 주말점심 식사값은 부가세 포함 9만원 수준. 4세부터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는 성인의 절반 수준인 4만8000원이지만 먹는 양에 비하면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게 조씨 생각이다. 조씨는 "이날 딸 아이가 먹은 것이라고는 연어 두 조각이 전부"라면서 "오는 5월에도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족끼리 식사할 일이 많은데 벌써부터 부담"이라고 말했다.
국내 특급호텔들이 설정한 '어린이 고객'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거나 너무 낮은 연령대에 맞춰져있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특급호텔은 뷔페 레스토랑 가격을 성인과 어린이로 나눠 이분화시켜 받는데 이때 어린이 기준은 대부분 4~5세부터 13세까지다. 그러나 유치원 입학 전 4~5세 유아와 13세 중학교 입학 전 아동을 동일선상에 두고 같은 값을 받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특1급 호텔 21곳은 어린이 가격을 따로 책정해 받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에 대한 기준은 호텔별로 달라 '개월 수'로 따지는 곳이 있는가하면 단순히 '출생연도'로 구분하는 곳도 있어 모두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어린이'라 하더라도 미취학 아동과 취학아동으로 세분화해 받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는 어린이 저녁 뷔페 가격이 성인 9만2000원의 60%에 달하는 5만6000원이다. 눈 여겨 볼 점은 '어린이'에 대한 기준. 조선호텔은 20009년 1월1일 이전 출생자부터 초등학생 6학년까지를 어린이로 구분하고 있다. 무조건 올해 6살 된 아동은 5만6000원을 내야한다. 그러나 이렇게 따질 경우 2008년 12월31일 출생자는 52개월밖에 되지 않아 만 4세를 갓 넘겼음에도 성인의 60%에 달하는 가격을 내야한다.
신라호텔의 라이브 키친 더파크뷰는 어린이에 대한 기준이 조선호텔보다 더욱 박하다. 제주신라호텔 더파크뷰의 저녁 뷔페는 성인 기준 8만5000원, 어린이 4만8000원으로 이때 어린이는 37개월부터 13세로 책정되어있다. 만3세가 갓 넘은 유아도 13세 아동과 동일한 값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강남의 JW메리어트 호텔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등도 마찬가지다. JW메리어트 호텔의 더카페는 주말 뷔페 가격이 성인 8만5000원, 어린이 4만9000원이며 어린이는 49개월부터 13세까지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뷔페 레스토랑 브래서리는 어린이 기준이 이보다 1개월 더 낮은 48개월부터로, 가격은 성인 7만9000원의 약 60%에 달하는 4만5000원이다.
이밖에 팔래스호텔은 5세부터,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은 2009년생부터, 르네상스호텔은 48개월부터 어린이로 간주하고 이에 준하는 가격을 받고 있다.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의 어린이 기준은 만 5세부터 12세까지다. 이들 대부분은 어린이 가격을 성인의 절반 혹은 60%에 달하는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책정되다보니 A호텔에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더라도 B호텔에서는 어른 식사값 절반을 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주부 유성희(32)씨는 "4살짜리 아이가 뷔페에서 먹을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있다"며 "그렇다고 가족끼리 온 여행에서 아이만 쏙 빼고 식사를 할 수도 없어 어린이에 대한 기준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면서도 하는 수 없이 어른 식사값의 반 이상을 지불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4~5세 아이와 13세 아동에 대해 같은 값을 받는 것은 과다 책정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일부에서는 미취학 아동은 받지 않아야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미취학 아동의 식사값을 받지 않는 대표적인 호텔은 그랜드하얏트서울이다. 하얏트호텔은 어린이 기준을 초등학생으로 책정 해두고 8세 미만의 미취학아동까지는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하얏트호텔 관계자는 "8세 미만의 어린이는 유아로 구분하기 때문에 식사값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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