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6개 반도체 기업과 향후 5년간 250억원 이상의 연구ㆍ개발(R&D) 공동 투자에 합의했다. 기업과 정부가 자금을 투자하고, 대학과 연구소가 연구를 수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R&D 사업이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사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서울 양재도 엘타워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SML코리아 등 6개 글로벌 기업과 '미래 반도체 소자 개발 투자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들은 향후 5년간 최소 250억원 이상을 미래 반도체 소자 관련 원천기술 개발에 공동 투자키로 의견을 모았다.
산업부는 5년 동안 연간 25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기업별 투자 규모는 삼성전자가 12억5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SK하이닉스가 8억5000만원, 나머지 AMSLㆍAMATㆍTELㆍ램 리서치 등 4개사가 각각 4억원으로 결정됐다.
이번 사업은 미국 SRC(Semiconductor Research Corporation)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SRC는 1982년 미국에서 설립된 민관 반도체 연구 컨소시엄으로, 정부와 기업(15개)이 연간 1억달러를 투자하고, 대학(104개) 또는 연구소가 연구 활동을 수행한다.
R&D 결과물의 지적재산권(IP)은 투자 기업이 아닌 학교와 연구소가 보유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상용기술 개발에 치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비교적 적은 투자 비용으로 미래 반도체 관련 기초연구를 선제적으로 수행하고 향후 상용화 투자의 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김재홍 산업부 1차관은 축사를 통해 "세계 반도체 산업구도는 몇 차례의 치열한 치킨게임을 거쳐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으나 앞으로는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가 기존의 경쟁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사람과 원천기술의 중요성에 주목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반도체 산업이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진정한 반도체 최강국으로 재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은 1980년 27.4%에서 지난해 17.8%까지 떨어졌다.
산업부는 향후 연구 주제 발굴, 기획, 평가 등 사업 운영 전 과정에서 투자 기업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내년부터는 참여 기업 확대, 투자 규모 증액 등은 물론 미래창조과학부와의 협력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지난 2월14일 공고됐으며 이달 초까지 총 29개의 과제 제안서가 접수됐다. 이달 말 사업자 선정 평가를 거쳐 6월부터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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