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스타벅스가 다음 달 10일(현지시간) 커피 가격을 10% 인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제품은 자사 매장에서 파는 고급 커피가 아니라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봉지 커피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매장 커피 가격 인상으로 뜨거운 논란까지 불러일으켰지만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가 이처럼 이중 가격정책을 취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스타벅스는 12온스(약 340g)짜리 커피 한 봉지 가격을 9.99달러(약 1만1170원)에서 8.99달러로 낮춘다. 자회사 '시애틀 베스트(Seattle's Best)'의 커피 가격도 7.99달러에서 6.99달러로 13% 인하한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4·4분기 매장 외 매출이 3억8000만달러(약 4250억원), 영업이익률이 25.5%를 기록했다. 봉지당 2.55달러의 순이익을 낸 셈이다. 가격이 1달러 내려가면 순익을 유지하기 위해 매출은 65% 늘어야 한다.
스타벅스가 이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가격 인하에 나서는 이유가 소득 불균형 확대를 노린 것일 수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분석했다. 경제학적 용어 중 Hourglass Economy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산업의 주요 성장이 고소득 계층과 저소득 계층에서만 주로 이뤄져 점점 중산층이 사라진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후반 자사 매장에서 6달러짜리 고급 커피를 출시했다.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스타벅스가 이미 6달러짜리 커피로 고소득 계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며 "10달러짜리 봉지 커피는 중산층이 많이 이용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타벅스가 봉지 커피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저가 시장에 눈 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고급 커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스타벅스가 저가 시장 공략에 나서면 던킨 도너츠, 맥스웰 하우스, 폴저스 같은 저가 브랜드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스타벅스가 가격을 내리면 이들 업체는 이익률을 줄이거나 매출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시장점유율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스타벅스도 단기적으로 이들 저가 브랜드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고급 커피 시장에서 고객을 확보한 스타벅스에는 더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이렇게 버티다 보면 결국 경쟁사들이 나자빠지리라는 게 스타벅스의 계산이라는 것이다.
맥그라스는 "저가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돈을 벌 수 있다면 경쟁업체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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